독일 로텐부르크에 있는 중세범죄박물관은 12~19세기 유럽의 사법(司法) 양식을 소개하는 곳이다. 사법에 관한 고문헌과 중세 법관들의 캐리커처 등을 유리전시관을 통해 보여준다. 중세범죄박물관은 중세고문박물관으로도 불린다. 그 시절 유럽 사람들이 이용한 각종 고문 도구와 고문의 유형을 소개해서다.
이는 주입식 일체교육을 위한 훈육의 기술이었다. 미셸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학교의 공간은 교육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감시하고 위계질서를 세우고 상벌을 부과하는 하나의 기관으로서 기능하게 된 것"이라면서 "좀 더 교묘히 징수하거나 보다 더 많이 사취하기 위해서 훈육한다고 말하는 게 좋을 지 모른다"고 했다.
버트런드 러셀의 주장은 어떤가. "학창시절에 회초리나 채찍으로 매를 맞았던 이들은 거의 한결같이 그 덕에 자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믿는다. 내가 볼 때는 이렇게 믿는 것 자체가 체벌이 끼치는 악영향 중 하나다."(체벌의 악영향-런던통신中)
금연지도를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소위 '얼차려'를 가한 중학교 체육교사는 지난 달 법원이 징역8개월ㆍ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자 불복해 항소했다. 그는 무려 반 년 동안 학생 둘에게 엎드러뻗쳐, 오리걸음, 방과 후 운동장 뛰기, 지속적인 소변 검사를 시켜 신체적ㆍ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교사는 "사회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정도라서 무죄"라고 주장한다. 체벌을 받은 학생 중 한 명은 '선생님이 벌 주고 욕해서 힘들다', '학교에 다니기가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국의 수많은 '인천 여고생들'은 어디서 그런 걸 보고 배웠을까.
러셀은 같은 글에서 이런 말도 했다. "대체로 모든 문명의 진보는 처벌 강도의 완화 및 신체적 응징의 감소와 함께 나아간다." 박물관에서나 보고 읽을, '사람이 사람을 고문하는' 이야기는 아직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들려온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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