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격랑, 北 "ICBM 장착용 수소탄시험 성공"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소폭탄 실험을 목적으로 한 제6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격랑에 휩싸였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레드라인(금지선)'인 핵탄두 탑재 ICBM의 실전배치에 근접한 것이다. 사실상 레드라인을 밟은 것과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우리 정부와 미국의 대응도 주목된다.

북한 핵무기연구소는 이날 성명에서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핵무력 건설 구상에 따라 우리의 핵 과학자들은 9월 3일 12시 우리나라 북부 핵시험장에서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하였다"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시험을 통하여 수소탄 1차계의 압축 기술과 분열 연쇄반응 시발 조종 기술의 정밀성을 재확인하였으며 1차계와 2차계의 핵물질 이용률이 설계에 반영한 수준에 도달하였다는 것이 다시금 실증되었다"고 밝혔다.

북한은 특히 이번 핵실험 성공에 대해 "우리의 핵무기 설계 및 제작 기술이 핵탄의 위력을 타격 대상과 목적에 따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높은 수준에 도달하였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었으며 국가 핵무력 완성의 완결단계 목표를 달성하는 데서 매우 의의 있는 계기로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3시30분(평양시간 오후 3시) 발표한 중대보도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주재로 이날 오전에 열린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사실은 우리 기상청과 미국 지질조사국(USGS), 중국 지진국 등 국내외 지진관측 기관들이 북한의 핵실험장이 있는 풍계리에서 인공지진파를 감지하면서 처음 포착됐다. 기상청은 인공지진의 발생 위치는 풍계리 인근 북위 41.302도, 동경 129.08도이며 진원의 깊이는 0㎞, 규모는 5.7로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기상청은 에너지의 위력을 추정하면 북한의 4차 핵실험(지난해 1월6일) 대비 11.8배, 5차 핵실험(지난해 9월9일) 대비 5∼6배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핵실험의 폭발 위력은 최소 50㏏ 이상으로, 북한이 실시한 역대 핵실험 중 최강이다. 수소폭탄은 핵분열을 이용한 원자폭탄보다 폭발력이 월등히 크다.

한반도 주변국들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번 도발을 일제히 강력하게 비난했다. 추가 대북제재 결의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차원의 대응도 추진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직후인 이날 오후 1시 반부터 3시까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며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로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하라"면서 "북한 핵·미사일 계획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으로 포기하고 고립시킬 유엔 안보리 결의 추진 등 모든 외교적 방법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우리 정부도 외교부를 통해 성명을 내고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에 이어 과거보다 더 강한 위력의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면서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매우 심대하고 엄중한 도전으로서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무모하고 무책임한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면서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국도 강하게 반발했다. 브릭스(BRICs) 정상회의 개막일에 북한의 핵실험 상황을 맞은 중국은 외교부 성명을 통해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확실히 준수하고, 정세를 악화시키고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의 궤도로 돌아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베 신조 (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 각료회의를 소집, 북한 핵실험 강행에 대응해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요청하고 보다 강력한 추가 제재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실험은 지난해 9월9일 정권수립일 당일에 실시한 5차 핵실험 이후 1년 만이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첫 핵실험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은 이번 북한의 핵실험을 심각하게 받아 들일 것"이라면서 "6차는 시험용 수소탄 시험을 11배 정도 강화된 무기급 수소탄 시험으로, 거기다가 ICBM을 장착하는 수소탄으로 규정하는 실험을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이어 "북한은 이제 우리가 인정하든지, 말든지 핵 보유국이 된 셈"이라면서 "국제사회가 지금 상임이사국 5개국 외는 핵보유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사실상 인도, 파키스탄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