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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총수 거부한 이해진, 난처해진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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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그가 총수 없는 대기업 지정 요청한 까닭
국내 자산 5조 돌파 준대기업 기준 충족
이해진 개인 지분 4.6%…가족·친척 지분도 없어
네이버, 총수 지정 시 해외투자·인수합병 악영향 우려
고민에 빠진 공정위…'총수' 법률상 기준 모호해 개선 필요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전 의장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전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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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네이버( NAVER )가 뜨거운 관심사로 등극한 것은 그만큼 기업으로서 성장을 했다는 방증이다. 자산 5조원을 넘겨 이젠 규제 대상으로서의 위치가 된 것이다. 최근 창업자이자 전 이사회 의장이던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한 일도 그런 과정에서 나타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공개 석상에 나서기를 꺼리는 탓에 은둔형으로 알려진 그가 정부 청사를 찾아 협조를 요청할 정도로 급박한 사안은 대기업에 준하는 규제, 즉 공시 대상 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 지정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준대기업집단과 동시에 지정하려는 동일인(총수) 분류 사안이라고 봐야 한다.

이 GIO는 자산 규모로 인해 준대기업집단에 지정되더라도 총수로 지정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요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조 위원장 체제로 바뀌면서 '경제 검찰'의 위상이 한껏 높아진 가운데 직접 의견을 제출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준대기업집단 기준이 자산규모 5조원으로 명시돼 있다는 점에서 네이버는 기업 분류에 대한 이견은 없는 상태다. 다만 네이버는 다른 재벌기업들과 달리 총수가 소수의 지분으로 회사를 소유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총수로 지정할 근거가 미약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이 GIO의 지분은 4.6%에 불과하며, 그의 가족은 물론 친인척들도 네이버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자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74개에 이르는 자회사 지분은 네이버가 보유하고 있다. 이 GIO와 가족의 지분은 자회사에는 전혀 없는 상태다. 순환출자를 통해 개인이나 가족이 그룹 전체를 소유하고 인사부터 경영까지 모두 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네이버와 계열사를 이끄는 총수로서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지분구조 외에 기업 경영에 미치는 지배력 부분에서도 총수 자격이 없다는 것이 네이버의 설명이다. 네이버는 넓은 인맥을 갖춘 등기이사이자 GIO로서 직분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3월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 유럽 진출과 해외 스타트업 투자 등에 앞장서고 있다. 지금의 이사회 의장은 외부 인사인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이다. 네이버의 이런 변신은 창업자의 기업 지배력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려는 큰 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GIO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사업(라인)이 실패했으면 나도 잘렸을 것"이라고 발언한 대목에서 기업의 경영방침을 읽을 수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해진 창업자가 영향력을 갖춘 것은 인정하지만 지배력과 영향력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며 "네이버의 경영진은 누구라도 주주들의 신뢰를 잃으면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럽 진출 등 현재 맡은 과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주주들이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일 경우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라는 것이 네이버의 설명이다.

특히 이 GIO가 총수 지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평소의 경영철학과 글로벌 투자 차질 우려가 함께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IT 업종에서 주목 받는 기업의 창업자로서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겠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강조해온 것이 사실이다.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바꿔나갈 수 있는 부분은 '지배구조'라는 점을 지적하는가 하면, 사내 게시판에 '투명성(Integrity)'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진화시키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가족이나 친인척이 네이버와 자회사의 지분을 갖지 않게 하고 동시에 회사 경영에 끌어들이지 않은 사례는 그의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철학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창업자로서 재벌기업과는 다른 길을 개척한 네이버를 한국의 기업사(史)에 좋은 예로 남기고 싶은 욕심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동시에 네이버는 총수로 지정되는 경우 해외투자와 굵직한 인수합병을 주도하는 데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에 대한 마이너스 프리미엄의 하나로 총수 체제를 드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로 인해 네이버와 창업자가 전전긍긍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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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공세에 공정위도 난처해졌다. 총수를 지정하지 않은 기업집단은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포스코나 KT 같은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순수 민간기업인 네이버를 이들과 같이 분류할 수 있을지 판단을 내려야 하는 대목이다. 투명한 지배구조를 가졌고 개인의 지분율이 낮은 상황이지만 네이버에 대해서도 포스코 등의 경우처럼 총수를 지정하지 않을 것인지의 문제는 별도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다. 동일인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것도 문제다. 대규모 기업집단 공개시스템에서도 동일인 지정 기준은 명확한 요건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계열회사를 판단하는 기준을 역으로 해석해 '동일인' 판단에 참고하는 형편이다. 즉 동일인을 '특정 계열회사를 30% 이상 소유한 최다 출자자'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숫자로 나타나지 않는 '지배력'을 어떻게 볼 것인지는 그때그때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예측하기가 어렵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총수가 해당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것에 대한 공정위의 판단기준이나 요건이 법률상으로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현 상황에서는 재량에 따라 지정 여부가 갈릴 가능성이 큰 만큼 차제에 논란을 불식시키려면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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