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검찰이 하성용(66)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의 '전(前) 정권 실세' 로비 정황을 구체적으로 포착한 것으로 21일 알려지면서 KAI를 둘러싼 방산비리 수사가 박근혜 정권과 KAI의 유착 의혹 수사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하 전 사장이 로비 창구로 삼았다는 A씨가 지난 정권에서 각종 권력기관과 정부부처 등에 두루 영향력을 행사한 실세로 통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12월 KAI 본사를 방문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많았다. "주변의 특별한 언질이나 요청이 없었다면 성사되기 어려웠을 이벤트였다"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 등의 공통된 반응이다.
검찰의 수사는 일단 하 전 사장을 거쳐 장명진(67) 전 방위사업청장으로 뻗을 전망이다. 수리온의 무리한 전력화 등의 의혹과 관련해서다. 장 전 청장은 박 전 대통령의 서강대 전자공학과 동기다.
한편 검찰은 앞서 지난 20일 KAI의 경영지원본부장으로 경영 전반에 깊이 관여한 이모씨를 불러 조사했다. 이씨의 신분은 피의자다. 그는 KAI에서 생산지원과 인사, 총무 등의 업무를 총괄했으며 하 전 사장 최측근 그룹의 일원으로 알려졌다.
KAI는 하 전 사장의 주도 아래 수리온, 고등훈련기 'T-50', 경공격기 'FA-50' 등을 개발해 군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개발 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수백억원을 편취한 뒤 비자금으로 숨겨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이씨가 이 과정의 전반을 지휘했고, 이씨의 이런 비위의 배경에 하 전 사장이 있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약 20억원을 들고 달아난 KAI의 차장급 간부 손모씨를 검거하는 데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KAI에서 재무를 담당했던 손씨는 자신과 특수관계인 회사에 240억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전해졌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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