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고려대 경영대 교수)이 3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의 장단점, 도입 가능 수준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연말까지 진행한 후 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에게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자로서 투자 대상 회사의 중장기적인 가치 향상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수탁자 책임’을 부여한다.
조 원장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의결권 자문에서 반대 의견이 나왔음에도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으냐”면서 “스튜어드십 코드 원칙대로 하면 각 상황별로 내부 프로세스를 명확히 만들어 놔야 하기 때문에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사 외압이 있더라도 수용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든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이 서둘러 도입해야할 제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지배구조원의 협의 요청에도 일절 응하지 않을 정도로 외면해 왔다는 게 조 원장의 전언이다.
연기금 중에서는 아직 참여 예정인 곳은 없으나 우정사업본부와 공무원연금공단, 한국투자공사(KIC) 등이 지배구조원과 협의하면서 참여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한다.
조 원장은 “맏형 격인 국민연금의 동향을 살피고 있는 것 같다”면서 “국민연금만 가입하면 연기금들과 자산운용사들이 대부분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국민연금 가입이 분수령이 될텐데, 받아들이는 것으로 방향은 정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지난달 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근 코스피 상승 랠리에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조 원장은 “지난 5월 한국거래소가 홍콩에서 주최한 한국 자본시장 설명회에 참석했더니 외국인 투자자들이 줄줄이 개인 면담을 요청하면서 한국의 지배구조에 대해 묻더라”며 “한국은 지배구조 때문에 최소 30% 정도는 주가가 디스카운트돼 있다고 보는게 그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문제가 해소되면 그만큼 주가가 오를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일본 노무라증권은 코스피 전망을 3000으로, 대선 직후 홍콩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은 4000까지 내다봤다.
조 원장은 “정부도 재벌에 대한 직접적 규제보다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관투자자가 역할을 해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증시의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방식을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주들과 깊고 건설적인 대화를 하면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세계 각국이 모두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가치를 높이자는 게 스튜어드십 코드의 취지이기 때문에 기업들에게도 나쁜 게 아니다. 주주들과의 대화를 거부한다면, 극단적으로 말해 상장폐지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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