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공을 찬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하나의 운동장에 수십 개의 공이 들어와 한꺼번에 각자의 팀끼리 자기들의 공을 찬다'는 것을 뜻한다. 베이비붐시대의 학교에서 흔한 풍경이었다. 자기 반 아이들끼리 또는 마을단위 중심으로 자기들만이 아는 공으로 쉬는 시간마다 일정한 규칙을 만들어 공을 차는 것이다. 수십 개의 공은 거의 같거나 비슷했다. 자기 팀 공이라고 우기거나, 공끼리 부딪혀 선배들이 우기면 그 공은 선배들의 공으로 결정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뿐만 아니라 실수로 선배들의 공을 차면 선배들에게 몇 대 얻어맞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아이들은 스스로 일정한 경기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에 따라 스스로 이끌어 가는 힘을 지녔으며, 또한 그 힘을 잘 안배해 마무리짓는 능력도 가졌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적으로 '자기조절능력'이라는 것으로, 자기 혼자의 힘으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또래집단과의 무수한 만남과 부딪힘 속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졌을 때 비로소 함양되는 것이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은 학교와 선생님이 가르쳐서 터득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이 속에서 교육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들이 추구하는 행복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그 긴 시간이 흐른 오늘에 와서야 교육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교육은 학습자 개인의 수월성 추구도 중요하지만 집단안에서의 협동적 교육, 즉 사회공동체적 협동교육의 근저에서 비롯됨도 잘 알 수 있다. 사회공동체적 벌공 차는 행동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고, 때론 서로간의 부딪힘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사회를 깨닫고, 행복의 가치를 깨닫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모처럼 시간이 나서 부산 온천천을 거닐었다. 불과 몇 개월전까지 뼈만 앙상하던 나무는 어느덧 큰 잎과 함께 짙은 푸르름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니 숙제가 쌓여 있는 것만 같다. 답은 '구고심론(求古尋論)'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오늘날 우리가 찾고자 갈망하는 행복교육의 본질은 옛 것을 무시하고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선인들의 말씀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 여러분의 교육은 행복하십니까?
하윤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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