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배워왔던 우리 역사에는 결코 중국의 일부라는 말이 없었다. 고조선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륙과 해양의 침략을 버티며 민족의 터전을 지켜오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특사는 대통령이다. 우리 대통령이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의 한국에 대한 압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중국의 상식을 넘어서는 행동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분노하지만, 현실적 장벽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미국과 중국의 정상들 사이에서 당사자인 한국이 없는 상태에서 한반도가 원래 중국의 일부였다는 말이 오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런 말을 언론에 흘렸을까. 이를 추론하기 위한 그 어떤 정황이나 증거들은 없다. 다만 상식적으로 이런 류의 언급은 국경선이나 영향력을 재편할 때나 나올 만한 말들일 것이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1905년 7월 카스라-태프트 밀약이 있었던 당시와 유사하다고 지적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미국이 필리핀으로, 일본은 한반도로 가는 것을 양국이 서로 양해한 밀약이었다. 1950년 1월12일 당시 미 국무장관 애치슨은 알류산 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애치슨 라인을 미국의 극동방위선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제 상상을 해보자. 중국은 한반도는 원래 중국의 일부였으니까 미국에 대해 돌려 달라고 요구한다. 미국은 적당한 가격이면 돌려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북한은 한국이나 일본이 미국의 군사적 도움이 절실하도록 연일 탄도미사일을 쏘아 대며, 미국은 항공모함 2척을 일본 해안에 상시 배치하면서 위력을 과시한다. 미국 의회의 한 의원은 한국 대통령에게 한국이 원하지 않으면 사드 배치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도 있다고 언급한다. 도대체 한반도를 둘러싸고 어떤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우리의 좌표는 바로 이것이다.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정도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보다 큰 그림에서 국가전략을 세우고 우리의 좌표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정말 어려운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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