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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우리의 외교좌표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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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용승 굿파머스연구소장

동용승 굿파머스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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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한반도가 원래 중국의 일부였다(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4월18일 보도한 내용 중 일부다. 미ㆍ중 정상회담 결과 등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인터뷰한 기사였다. 한국은 당시 탄핵결정 이후 대선국면에 몰입한 상태에서 유야무야 넘어갔다. 그리고 1개월 후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이해찬 전 총리를 중국특사로 파견했다. 시진핑 주석과 이해찬 특사의 면담 자리는 충격 그 자체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특사에게 중국이 내준 자리는 중국 지방정부 장이 앉는 자리였다. 정상적이었다면 특사는 그 자리에 앉아서는 안됐으며 바로 재조정을 요구했어야 한다. 이 역시 특별한 언급없이 유야무야 넘어갔다.

어려서부터 배워왔던 우리 역사에는 결코 중국의 일부라는 말이 없었다. 고조선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륙과 해양의 침략을 버티며 민족의 터전을 지켜오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특사는 대통령이다. 우리 대통령이 그런 대접을 받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의 한국에 대한 압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중국의 상식을 넘어서는 행동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분노하지만, 현실적 장벽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중국의 태도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기에 필자는 현재 우리의 좌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본다.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다. 우리 안보의 상당 부분을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중국 국가주석이 한반도는 원래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는 것을 미국 대통령을 통해서 들었다. 그것도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서 코리아는 한반도를 의미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동맹국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일본과 한국에 대해 군비 추가 부담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 나라들에 대해 '프리 라이더'는 더 이상 안되며, 미군이 지켜주는 만큼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말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단호하게 거절한 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124조원에 달하는 미국 무기를 구입하기로 했다. 다음 차례는 어디일지 쉽게 추론해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정상들 사이에서 당사자인 한국이 없는 상태에서 한반도가 원래 중국의 일부였다는 말이 오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런 말을 언론에 흘렸을까. 이를 추론하기 위한 그 어떤 정황이나 증거들은 없다. 다만 상식적으로 이런 류의 언급은 국경선이나 영향력을 재편할 때나 나올 만한 말들일 것이다. 지금 우리의 상황은 1905년 7월 카스라-태프트 밀약이 있었던 당시와 유사하다고 지적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미국이 필리핀으로, 일본은 한반도로 가는 것을 양국이 서로 양해한 밀약이었다. 1950년 1월12일 당시 미 국무장관 애치슨은 알류산 열도-일본-오키나와-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애치슨 라인을 미국의 극동방위선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제 상상을 해보자. 중국은 한반도는 원래 중국의 일부였으니까 미국에 대해 돌려 달라고 요구한다. 미국은 적당한 가격이면 돌려줄 수도 있다고 말한다. 북한은 한국이나 일본이 미국의 군사적 도움이 절실하도록 연일 탄도미사일을 쏘아 대며, 미국은 항공모함 2척을 일본 해안에 상시 배치하면서 위력을 과시한다. 미국 의회의 한 의원은 한국 대통령에게 한국이 원하지 않으면 사드 배치 예산을 다른 곳에 쓸 수도 있다고 언급한다. 도대체 한반도를 둘러싸고 어떤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우리의 좌표는 바로 이것이다.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정도에 머물러 있는 우리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 바란다. 보다 큰 그림에서 국가전략을 세우고 우리의 좌표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정말 어려운 시기다. 
동용승 굿파머스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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