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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재정신청제도 개선이 검찰개혁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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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前서울변회장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前서울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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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4일 검찰은 허위 사실 공표(재산축소신고) 혐의로 기소된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결심공판에서 "앞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 등 이번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증거 등을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해 달라"고 하면서 구형 의견을 내지 않았다. 염의원 측 변호인은 당연히 무죄 취지로 변론했다. 결국 창과 방패로 맞서 싸워야 하는 검사와 변호인 모두 피고인인 염의원이 죄가 없다고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형사재판에서는 증거조사가 끝나면 검찰이 공소사실과 법률 적용에 대해 간단히 의견을 밝히는 '논고'(論告)를 하면서 재판부에 적정한 형을 선고해 달라는 구형을 하는 게 관례다. 그렇기에 공판정에서 검사가 무죄구형을 한다는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일까? 이는 우리 형사재판에 있는 재정신청제도가 이상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신청이란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경우 고소인 또는 고발인(일정한 범죄에 한함)이 그 결정이 타당한지 법원에 묻고 검찰의 결정이 타당하지 않다면 법원이 기소를 강제하는 제도다. 재정신청제도는 현행법상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뚫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그런데 현재의 재정신청제도는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잘못됐다는 결정이 내려지면 검사에게 기소를 명령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검사는 죄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는데도 법원의 결정 때문에 자신이 죄가 없다고 믿는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구형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앞서 예로 든 사건은 검사의 직무상 판단 결과 죄가 없다고 판단한 사건이었기 때문에 무죄의 구형이라는 이상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문제는 재정신청제도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으며, 유력 대선후보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검사에게 공소유지를 맡기지 않고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변호사를 지정하는 제도로 변경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재정신청제도에는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가 더 있다. 검사가 수사를 충분히 하지 않고 불기소처분을 내린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지난 2012년부터 작년 6월까지 법원에 들어온 재정신청은 총 8만5777건에 달했지만 공소가 제기된 경우는 683건(0.8%)에 불과했다. 이와 같이 재정신청 인용율이 저조한 이유 중에 검사가 수사를 불충분하게 한 탓이 없지 말라는 법은 없다. 불충분한 수사를 하고 불기소를 한 경우에는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더라도 무죄가 나올 것이므로 공연히 사회적 자원만 낭비하는 결과가 된다.
검사의 불충분한 수사로 인한 불기소처분에 대해서는 종래의 재정신청과는 다른 관점의 보완방안이 필요하다. 즉 기소를 명령하거나 기소를 의제하는 처분이 아니라 수사를 보완하도록 명하는 처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수사보완명령이 불충분한 수사를 한 검사를 상대로 내려지게 되면 과연 검사가 그 명령에 따라 제대로 수사를 진행할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은 검찰의 수사지휘권 독점을 시정하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 즉 검찰이 아닌 별도 기관에서 수사를 보완하게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대선후보들의 공약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검찰개혁이다. 또한 국민들 대다수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검찰개혁으로 제시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검사장직선제 도입, 검경수사권 조정 등은 하나 같이 검찰이 가진 권한을 뺐거나 견제를 강화하는 것이며, 재정신청개선방안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적지 않게 반발하겠지만, 검찰개혁의 거센 요구는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었기에 자초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다음 주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다양한 의제들이 당선자 앞에 놓여 있지만 검찰개혁 역시 주요 의제다. 이는 검찰의 비대한 권한은 나누고 기관 간 상호견제하게 하는 이념이 내재되어야 한다. 재정신청제도개선 역시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마땅하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前 서울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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