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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벤처캐피털과 벤처정신의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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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하 한성대 상상력교양교육원 교수

김동하 한성대 상상력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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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과 취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올해도 풍년이다. 지난해 약3조원 규모의 신규 벤처펀드가 결성됐는데 이중 정책성 출자금, 즉 세금을 기반으로 뿌려진 돈이 1조1810억원으로 거의 40%에 달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청년들이나 창업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창업과 투자환경도 풍년일까. 글쎄. 소수의 일부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사업이나 투자유치의 성공사례들은 현저히 줄었다. 여기저기에서 창업은 부추기지만 투자받을 곳은 찾기 어렵고 상대적 박탈감만 깊어가는 푸념들이 곳곳에서 들린다.
벤처(Venture)의 사전적 의미는 (사업상의)모험, (도박하듯 귀중한 것을 ~에) 걸다 등이 있다. 벤처캐피털은 이처럼 모험기업에 투자하는 모험자본, 즉 융자를 받지 못하는 기업의 미래 수익성에 투자하는 자본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 벤처캐피털의 투자행태에서 벤처정신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많은 청년창업자들의 바람과 달리, 벤처캐피털이 주로 투자하는 규모는 10억~30억원 규모다. 적어도 5억원, 최소 3억원 이상은 돼야 투자 프로세스를 진행할 '대상'이 된다. 벤처캐피털은 지배주주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적어도 10억원은 돼야 검토할 '깜'이 되고, 선호하는 대상이 되려면 기업가치가 100억원 정도는 돼야한다는 얘기다. 툭 터놓고, '청년'이 '창업'한 '젊은' 기업 중에 그럴 대상이 얼마나 있을까.

벤처캐피털이 모험투자보다 안정적 대상을 선호한다는 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벤처캐피털이 가장 선호하는 펀드는 상장(IPO)을 앞둔 기업에 투자하는 프리(pre)IPO펀드다. 신규기업을 발굴하기보다는 이미 알려진 회사들에 대한 추가 투자로 밸류를 높이는 일에 몰두하기 쉽다. 숙박, O2O, 배달, 세탁, 게임 등 투자의 '유행'으로 돈이 몰리는 일은 다반사고, 배달의 민족, 쿠팡, 미미박스, 직방처럼 그나마 TV광고 등을 통해 알려진 기업들만 추가투자를 받고 버티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부문을 예로 들면 대부분의 콘텐츠펀드들이 제작과 투자가 다 끝난 후 마지막 홍보비 단계에서 투자를 진행한다. 심지어 영화초기 '기획개발' 펀드의 경우에도 실제론 투자배급 계약이 됐는지, 감독과 캐스팅은 확정됐는지를 확인한 후 투자하는 일이 관행처럼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투자검토 과정에서 창업자들은 벤처캐피털에게 기업의 거의 모든 정보를 다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가는 문서에 극비(Strictly confidential)이라고 쓰면 무슨 소용인가. 모든 비즈니스 모델과 기술을 자료화해 받아간 뒤 연락을 끊어도 창업자들은 뭐라 항변할 수가 없다. 투자 검토기간과 프로세스의 '갑질'은 오죽한가. 언제까지 심사가 진행되고, 언제 결과가 발표되고, 또 돈은 언제 지급될지 투명하게 전달받은 청년창업자들이 과연 있기는 할까.

필자의 생각으로 IR과 투명성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는 건 청년창업기업이 아니라 벤처캐피털 자신들이다. 투자현황이 공시되고, 언론도 보도하고 있지만 대부분 펀드 결성이나 투자결과에만 주목할 뿐, 가장 중요한 투자의 '과정'은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처럼 세금을 주무르면서 혜택을 받아야할 사람들에게 마치 '시혜'를 베푸는 듯 걸러내고 탈락시키고 할 문제가 아니다. 세금이 녹아든 재원을 위탁운용하는 책임감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청년창업자들을 물색하고, 자신들이 어떤 회사인지, 펀드는 어떤 성격을 띠고, 투자 프로세스는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IR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건 운용사의 몫이 아닐까.

김동하 한성대학교 상상력교양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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