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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스웨그’를 채워주는 삶의 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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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시사 등 다양한 콘텐츠
30~50대 남자들의 즐길거리 소개
잡지·인문서 아우르는 매거진

일요일 樂 표지 [사진=무게중심창의력연구소 제공]

일요일 樂 표지 [사진=무게중심창의력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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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각자도생(各自圖生). 사람은 제각기 살아갈 방법을 도모한다는 뜻이다. 이 말은 현대인들에게 '트렌드(trend)'가 되어 개인의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말처럼 회자되고 있다.

각자도생은 국가와 개인의 삶 사이에 균열이 생길 때 흔히 발생한다. 예로부터 국가가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과 같은 참혹한 전란(戰亂)에 휘말리면 백성들은 저마다 절박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이 방식을 택했다. 오늘날처럼 중대한 위기를 맞이한 시국(時局)에 나라가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지는 상황에 놓일 때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 스스로도 각자도생을 외치며 문을 굳게 걸어 잠그기도 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운 반이민정책이 그러하고,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사태가 그러하다.
경제문제와도 결부된다. 끝날 줄 모르는 저성장시대에 돈줄이 막히니 개인의 삶은 버겁기만 하다. 밤새도록 일해도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힐링'이라는 이름으로 자기계발서를 찾고, '여행'으로 조그마한 일탈을 감행해도 도무지 떨쳐낼 수 없다. '혼밥', '혼술'은 일종의 작은 반란이자 개인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각자가 알아서 '안녕'을 챙겨야 한다.

각자 살아가기에도 바쁜 가운데 30~50대 남자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인생을 생각대로, 말하는대로 잘 살고 있을까? 영화 '살인의 추억' 속 송강호의 말처럼 그럭저럭 밥은 먹고 다닐 뿐, 대부분 히어로 무비 속 영웅처럼 화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에 치여서 그저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버린 탓에 그간의 세월을 돌아봐도 답답함과 후회만이 남는다.

책은 '놀다' 섹션을 통해 서울시 무형문화재 8호 김택상 삼해소주 장인을 만난다. [사진=무게중심창의력연구소 제공]

책은 '놀다' 섹션을 통해 서울시 무형문화재 8호 김택상 삼해소주 장인을 만난다. [사진=무게중심창의력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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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일요일 락(樂) 2017 창간호'는 이런 답답함에서 시작됐다. 인생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남자들을 위한 이야기를 다뤘다. 인문학적인 사유를 담으면서도 너무 어렵지 않고 말랑말랑하다. 책은 잡지와 인문서 그 중간, 어딘가에 있다. 때문에 잡지처럼 요란하지도 않고 인문학 서적처럼 지루하지도 않다. 잡지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광고는 찾아볼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전체적인 구성이 딱딱하지 않다.

욕심도 많아 문학, 시사, 여행 등 전문적인 분야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아우른다. 창간호 첫 장부터 '남자의 본성'을 다루더니 '술', '야구' 이야기를 찍고, 중간에 와서는 쌀밥에 대한 역사보고서와 중편소설 한 편('아이의 가운데 손가락이 간질간질할 때'-Part1)을 '떡'하니 실었다. 남자만을 위한 풍부한 문화 지식을 담아 재미와 호기심을 유발한다. 넘쳐나는 남성잡지들과는 노선이 조금 다르다. 남자들의 지혜롭고 즐거운 인생을 그리고자 한다. 때때로 전문가와의 깊은 대화로 본격 인문콘텐츠를 표방한다.

그래서 기본과 본질에 충실하다. 30~50대 남자들의 즐길 거리를 '보다·놀다·듣다·읽다·가다'의 섹션으로 나누어 서사적 체계를 갖춘다. 독자는 봄으로써 생각을 확장하고, 놀면서 여러 이야기를 읽고, 들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나만의 이야기가 완성될 수 있도록 실천하는 '가다'의 행위로 이어진다.

강병융 신작 중편소설 '아이의 가운데 손가락이 간질간질할 때'도 실었다. [사진=무게중심창의력 연구소 제공]

강병융 신작 중편소설 '아이의 가운데 손가락이 간질간질할 때'도 실었다. [사진=무게중심창의력 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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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락'은 남자들의 잃어버린 허세욕을 충족시킨다. 패배감에 찌든 사회 속에서 남자는 어느 정도의 허세 또는 스웨그(swag: 주로 힙합 뮤지션이 잘난 척하거나 으스댈 때 쓰는 말)가 필요하다. 거친 세상을 사는 남자들이 갖춰야 할 '유머감각'처럼, 일종의 삶의 양념이자 팁(tip)이다.

잡다하지만 때론 깊고 진중한 면이 있어 균형이 잡힌다. 남자의 삶 역시 그러하다. 책 말미에는 '2017년 4월 어느 일요일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긴다. 신사다워 보이지만 또한 어딘가 쓸쓸함이 느껴진다. 출판사들이 줄도산하는 위기의 속에서도 하고 싶은 말은 차고 넘친다. 허세를 부리는 남자처럼. <무게중심창의력연구고 편집부 지음/무게중심창의력연구소/1만2000원>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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