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태영 기자]지난해 1조원 중반을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어도 월급을 한 푼도 받지 않는 최고경영자(CEO)가 있어 화제입니다. 주인공은 국내 조선업계 맏형인 현대중공업의 권오갑 부회장입니다. 조선업황이 추락할 무렵, 권 부회장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월급 반납'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4년 9월 현대중공업 사장이 된 이후 바로 그 다음달인 10월부터 경영정상화를 위해 월급을 스스로 내놨습니다. 이같은 행보는 현대중공업이 최근 2년 새 6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직장을 떠나는 구조조정을 앞두고 솔선수범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분기 보고서를 보면 현대중공업은 2013년 등기이사 1인당 평균 보수가 14억원에 달했습니다. 권 부회장이 2014년 10월 이후 이달까지 약 29개월간 월급을 받지 않았으니깐 전임 CEO들이 얼마나 받았는지 대충 짐작됩니다. 물론 그때는 실적이 좋았을 때입니다. 2015년에는 1조5400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해 3억2056만원으로 급감했습니다. 지난해 1~3분기 등기이사 평균 보수는 6937만원으로 일반 직원 수준입니다.현대중공업은 현재 권 부회장 뿐만 아니라 부사장(50%), 전무(30%), 상무(20%) 등 높은 연봉을 받는 이들도 '월급 반납'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방만해지는 것과 위축되는 것은 다른 의미입니다. '윗분'들의 자기 희생이 때론 '아랫사람들'의 기를 죽이기도 합니다. 지나친 비관론 같은 것이지요. 회사가 안 쓰고 아껴서 수익을 내기보다는 쓸 때는 써서 수익을 내는 쪽으로 나아가는 게 보다 생산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노태영 기자 factpoe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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