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정부·대기업에 작심하고 '쓴소리'(종합)

"IMF때 혼나고도 대기업 부여잡고 몇십조 퍼 주나"
"대기업집단 기준 상향ㆍ대마불사식 지원 문제 많아"
"대기업 세액공제에 개선 필요"…투자보단 고용에 초점 맞춰야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중소기업계가 최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기준 상향과 '대마불사'식 지원 등 정부의 대기업 위주 경제정책과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23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2016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막식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기업집단 기준 상향을 비롯해 대기업 구조조정, 최저임금 인상, 김영란법 시행 등 최근 이슈들이 중소기업ㆍ소상공인들에게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최근 정책들이 편향되게 흘러가 중소기업들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안좋은 업종은 빨리 통폐합하고 구조조정해야지 그게 시장의 창조적 파괴"라며 "IMF외환위기때 그렇게 혼나고도 대기업을 부여안고 몇 십조씩 돈을 퍼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그런 방식의 구조조정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며 "(제대로된 구조조정을 하면)단기적으로 중소기업도 손해를 많이 보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하니 당장 손해를 보더라도 도려낼 것은 도려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기업집단 기준을 자산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자산 10조원짜리 중견기업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경영일선에 있는 재벌 2~4세들의 머니게임으로 골목상권,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천만원 매출 올리는 소상공인에서 10조원짜리 대기업까지 지원하는 것을 중소기업청의 업무로 봐야하냐고 반문했다.

중소기업계는 이날 8쪽짜리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 자료를 발표했는데 여기서 밝힌 생계형 업종의 적합업종 법제화, 공정거래위원회 위상과 권한 강화 등이 이 같은 우려에서 나온 것이다.

송재희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도 "지금은 성장보다는 일자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경제정책 전환기인데 최근 경제동향을 보면 과거를 답습하는 우를 범할 수 있겠다 싶어 중소기업계가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정부와 청와대, 국회에 가서 다 설명하고 설득하겠다고도 했다.

박 회장은 법인세 인상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재 법인세 명목세율은 높지도 낮지도 않은 수준"이라면서 "대기업 세액공제에 대한 개선은 필요하다"고 했다.

박 회장은 "법인세 세액공제 대부분은 투자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투자를 많이하면 고용이 잘 돼 성장한다는 논리로 세제혜택을 준다"면서 "하지만 자동화로 인력을 줄이는 투자냐, 고용을 늘리는 투자냐에 대한 고민은 별로 안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는 "할 말은 많은데…"라며 "오늘 낸 중소기업계 입장 자료에 다 포함돼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중소기업계는 이날 대기업집단 기준 상향 재검토, 공정위 위상ㆍ권한 강화를 통한 대기업들의 횡포 근절, 생계형 업종에 대한 적합업종 법제화, 구조조정 추진 과정에서 협력 중소기업의 피해 최소화, 부실 대기업에 대한 대마불사식 지원 지양, 임극격차 해소를 위한 대기업 근로자 임금 5년 동결, 소상공인 현실을 감안한 김영란법 시행 등을 요구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