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추경편성"에 정부 태도 바꾸나= 김성식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지난 4일 최고위원회에서 "구조조정으로 인한 국민의 아픔을 줄일 방법까지 (추경에) 담을 용의도 있고, 대안도 제시하겠다"면서 "추경 편성 등 필요한 국회 일처리에 신속, 적극적으로 임할 자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또 구조조정 문제에 앞서 기업의 도덕적 해이 등에 대해 분명한 책임규명 등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부실, 낙하산 인사 등에 대한) 철저한 검사가 이뤄져 폭탄 돌리기 같은 실수가 반복되지 않는 것도 구조조정의 목표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추경 제안에 대해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야당도 설득해야 하고 추경 요건도 될 지 모르겠지만 받아주면 고마울 것"이라고 전했다. 유 부총리는 최근까지 추경편성에 "때가 아니다"며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추경편성 요건에 부합할까= 관건은 엄격한 추경편성 요건에 부합하느냐 여부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추경 편성 요건 중 하나로 '경기 침체·대량 실업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정하고 있다. 현재 경기가 부진하지만 침체라고 할 만큼 나쁘지 않고, 외환위기 때와 같은 대량실업 상황도 아니다. 구조조정이 본격화 되더라도 경기침체나 대량실업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추경을 편성하기에는 명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유 부총리는 지난달 29일 "아직 정확한 입장을 정한 것은 아니지만 추경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구조조정이) 추경 편성 요건에 안맞을 가능성이 크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경기가 아주 나빠지거나 대량실업이 있을 때는 추경을 할 수 있다"며 "이것 때문에 대량실업이나 경기가 특별히 나빠지느냐를 저희가 국회에서 설명해야 하는데, 이것 때문에 경기가 엄청나게 나빠진다고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중국 성장률이 5% 이하로 갑자기 뚝 떨어진다든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수준으로 가서 수주가 안된다든가, 해외 건설도 하나도 안되고 이러면 경기하강 요인이 될 수 있고 추경이 될 수 있다"면서 "지금은 그런 게 보이진 않고, 조선업 구조조정 때문에 경기가 대폭 침체될 것이라고 판단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경이 필요하다면 죽어도 못한다든가 그것은 아니다"면서도 "법을 지켜야 하니까 추경 요건 문제가 있다"고 언급했다.
정부 내부에서도 추경에 대해서는 '명분이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이 발생하더라도 기존의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이 충분히 갖춰져있다"며 "국회 논의 등을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추경이 아닌 다른 여러 방안들도 함께 논의하고 있는 만큼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여러 정책 조합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달 말까지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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