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누리과정 예산 파문이 어린이집에서 유치원까지 전면 확산되고 있다. 서울지역에서만 유치원생 9만3700여명, 어린이집 원생 10만9300여명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위기에 놓인 것이다. 전국적으로는 130만명에 달한다.
일례로 서울시내 한 사립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는 지금까지 매월 유치원비 47만원 가운데 25만원을 유치원에 내고 누리과정에서 22만원을 지원받았지만, 예산이 전부 끊기면 전액을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최성균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홍보국장은 "유치원 운영에 필요한 교사월급과 급ㆍ간식비, 교재교구비 등은 뻔히 정해져 있는데 정부 지원이 없으면 그 금액을 학부모들이 부담해야 한다"며 "이는 다시 결과적으로 원아들의 대규모 이탈로 이어져 유치원의 생존도 위협을 받게 된다"고 토로했다.
아이를 사립유치원에 보내는 주부 이모씨 역시 "정부지원금 외에 매달 나가는 원비 25만~30만원도 버거운데 정부가 무상보육하겠다고 약속한 금액마저 내야 한다면 부담이 배가 돼 차라리 안보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맞벌이를 하는 다른 학부모는 "당장 유치원들이 휴업이라도 하면 아이를 어디에 맞기고 출근해야 하나 걱정"이라며 "매년 되풀이되는 논란이 지겹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누리과정 예산 논란은 지난해엔 예비비 5064억원을 추가 지원한다는 여야 합의안을 시ㆍ도교육청과 지방의회가 받아들이면서 파국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국회가 예비비 3000억원을 편성했음에도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방의회가 "유아교육 예산 전액을 국고로 부담하라"며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내년도 누리과정에 필요한 예산은 어린이집 2조1323억원, 유치원 1조8916억원 등 총 4조239억원이다. 하지만 22일 현재 각 지방의회에서 의결한 누리과정 예산은 총 1조1801억원에 불과해 전체의 70% 이상이 '펑크'가 난 상태다.
현재 전국에 어린이집은 4만여곳, 유치원은 8000여곳에 이른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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