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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국정화 위헌심판은 '헌재 대 헌재'의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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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헌법재판소 대 헌법재판소의 싸움.'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둘러싼 '위헌 다툼'은 이렇게도 요약될 수 있다. 교과서 국정화에 관한 헌재의 23년 전 판단이 근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22일 학생과 학부모, 역사교사, 검정 역사교과서 집필자 등 3374명을 대리해 정부의 국정화 고시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헌재에 청구했다.
민변은 청구서에서 정부의 고시가 ▲우리 헌법의 본질적 가치를 침해하고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하며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 또한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나아가 정부의 방침이 ▲학교장과 교사ㆍ학부모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집필자의 기본권 또한 침해하며 ▲국민의 청원권을 침해함과 동시에 적법절차 원리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부천의 한 초등학생과 학생 어머니가 지난 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데 이어 민변이 시민 수 천 명의 뜻을 담아 청구서를 제출하면서 헌재의 심리는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러면서 교과서 국정화에 관한 헌재의 1992년 결정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당시엔 '국어 교과서를 국정화 하는 게 맞느냐'가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헌재는 "국어문법, 맞춤법, 표준어 등에 관한 국가수준에서의 통일된 기준과 헌법이념에 부합한 가치관에 의해 국어교과서를 편찬하여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국어 교과서 국정화를 합헌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이는 사실상 '조건부 합헌' 결정이었다. 개별 사안에 대한 결정과는 별개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과서는 다양하게 발행되는 게 헌법에 맞는다'는 취지의 의견을 결정문에 구체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국정제도 보다는 검ㆍ인정제도를, 검ㆍ인정제도 보다는 자유발행제를 채택하는 것이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이념을 고양하고 아울러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또 "학생들의 지식습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하나의 교과서만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특별히 역사 교재를 예로 들며 '국정화의 부적절함'을 강조했다.

"(교과서에 담길 내용에) 학설의 대립이 있고, 어느 한쪽의 학설을 택하는 데 문제점이 있는 경우, 예컨대 국사의 경우 어떤학설이 옳다고 확정할 수 없고 다양한 견해가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는 경우에는 다양한 견해를 소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번 헌법소원심판 청구에 관여한 한 변호사는 "헌재가 당시 사안에 대한 결정과 별개로 판단 과정에서 스스로 확인한 원칙을 지켜주느냐 또한 중요한 쟁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한편 민변은 역사 교과서 논란에 관한 국제사회의 각종 보고서와 권고를 청구의 중요한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지난 1월 제28차 유엔인권이사회의 베트남 보고서 채택 및 권고 ▲지난해 12월 유엔인권최고대표 보고서 및 역사교육과 기념방식에 대한 토론 내용 ▲지난해 3월 제25차 유엔인권이사회가 채택한 유엔문화적권리 특별 보고관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방문 보고서' ▲2013년 9월 유엔 제68차 총회 보고서 등이다.

이들 '보고서'나 '권고'에는, 역사 교과서가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집권세력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한 가지의 역사 교과서만 인가하는 건 문제라거나, 학문적 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과 단일 국정화 교과서 추진을 평화와 인권에 대한 장애물로 규정하는 내용이 주로 담겨 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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