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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덕의 디스코피아⑩] ELO - Discovery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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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호강시키는, 천재의 물오른 역량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Electric Light Orchestra, 이하 E.L.O.)는 이름만으로도 자신들의 음악을 정확히 설명한다. E.L.O.의 음악은 문자 그대로 전자음악(Electric)이면서 오케스트라(Orchestra)고 동시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케스트라(Light Orchestra)다. E.L.O.는 록과 클래식이라는 이질적인 두 장르를 완벽하게 접목한 그룹으로 평가받는다.

록과 클래식의 행복한 교배에는 작곡과 작사, 프로듀싱, 기타와 보컬 등 그룹의 거의 모든 일을 책임져 온 제프 린(Jeff Lynn)의 중매가 있었다. 그룹의 전성기에 발표한 「디스커버리(Discovery)」에서도 제프 린의 천재성은 찬란하게 빛난다. 녹음에 사용된 24트랙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솜씨는 왜 조지 해리슨이 그를 프로듀서로 선택하였는가를 알게 해준다. 터번을 두른 소년이 그룹의 심벌인 일렉트릭 라이트(Electric Light)를 응시하는 재킷의 분위기처럼 이 앨범은 신비로움과 그 안에서 발견(Discovery)되는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디스커버리」는 낭만성과 다양성이 두드러진 앨범이다. 제프 린은 록과 클래식을 완벽히 결합하면서 당대의 유행도 유연하게 받아들였다. 첫 곡 “샤인 어 리틀 러브(Shine a Little Love)”에선 E.L.O. 특유의 사운드에 실린 디스코의 열기가 느껴지고, “라스트 트레인 투 런던(Last Train to London)”의 서정적인 현악과 펑키한 베이스도 잘 어울린다. 발라드 “니드 허 러브(Need Her Love)"와 "미드나잇 블루(Midnight Blue)"가 지닌 멜로디의 아름다움은 폴 매카트니에 견줄 만하고, “다이어리 오브 호레이스 윔프(The Diary of Horace Wimp)”와 “위싱(Wishing)”에서는 프로그레시브 록밴드로서 실험적 태도를 견지한다. “온 더 런(On the run)”과 “돈 브링 미 다운(Don’t Bring me Down)”에서는 호쾌한 로큰롤 밴드의 모습을 보여준다. “온 더 런”이 즐거운 멜로디와 현악 세션 덕분에 꿀 바른 듯 부드럽게 넘어간다면, “돈 브링 미 다운”은 앨범 중 유일하게 현악세션이 참여하지 않아서인지 훨씬 직선적이고 강렬하다. 이 곡은 1979년 인도양의 품에 안기며 지구로 귀환한 나사(NASA)의 우주정거장에 헌정되었다.

「디스커버리」는 한국과 서구가 가진 음악적 취향의 리트머스지이기도 하다. “샤인 어 리틀 러브”나 “온 더 런”, “브링 미 다운”등 화끈한 비트의 곡들이 서구의 차트를 점령한 반면, 한국의 팬들은 서정적인 멜로디의 “라스트 트레인 투 런던”과 “미드나잇 블루”를 무척 아낀다. 특히 싱글로 발매되지 않은 “미드나잇 블루”가 한국에서 E.L.O.의 대표곡으로 오해받는 상황은 「디스커버리」의 곡들이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도 두루 사랑받을 만큼 매력적이란 증거이기도 하다. 천재 뮤지션 제프 린의 물 오른 역량이 고유성과 유연성을 모두 과시하며 높은 수준과 상업성까지 획득한 앨범. 듣는 내내 잘 빚은 멜로디와 신나는 비트가 푹신한 현악에 실려 날아다니며 귀를 호강시킨다. 심포닉 록의 박물관이 있다면 가장 큰 방에 전시될 작품.




허진석 huhba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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