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은 26일 경남 창원공장에서 회사 임직원과 성신RST, 케이비아이테크 등 주요 협력사 대표들을 초청해 '위기에 처한 국내철도산업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현대로템은 해외수주 감소의 원인으로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의 비약적인 성장으로 해외에서 동력을 상실 한 점을 꼽았다. 중국의 양대 철도차량 제조사인 CNR과 CSR은 지난해 자국 철도산업육성 및 해외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합병해 'CRRC'로 새롭게 태어났다. CRRC의 지난해 매출은 168억유로(한화 약 20조6000억원)에 달한다.
정부차원의 지원도 막강하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동남아시아에 100억달러(약 11조원)의 인프라 관련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쟁국인 일본 또한 아시아개발은행(ADB)과 협조해 아시아 인프라 확충에 1100억달러(약 127조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런 규정이 전혀 없다. 국내 철도시장은 완전 경쟁시장으로 돌입한지 오래다. 1994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부조달협정(GPA) 가입 이후 정부기관 발주는 모두 국제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 철도시장 역시 민간투자와 국가조달사업 등 모든 프로젝트에서 국내외 업체간 경쟁구도다. 실제로 2003년 인천공항공사 무인셔틀기차(IAT)를 수주한 미쓰비시(일본)를 시작으로 2008년 대구시 3호선을 수주한 히타치(일본) 등이 국내 철도시장에 진출한 사례다.
영세한 국내 철도산업의 현실에 비춰봤을 때, 최저가 입찰에 기반한 국내 철도시장의 무한경쟁 체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처사라는 게 국내 철도업계의 주장이다. 국내 철도차량 시장 규모는 연 평균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세계 철도차량 시장(약 72조원)의 1% 미만의 소규모 시장이다. 현대로템은 200여개 주요 1차 부품업체를 비롯한 1800여 개 부품업체들과 협력해 차량을 만들고 있으나 국내 부품사 대부분이 종업원 50명 미만의 중소 영세업체다. 한국철도차량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철도차량 관련 부품업체의 연평균 매출은 13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국내 철도업계가 수익성 악화로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며 "현재의 수주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철도산업이 존폐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국내 철도산업의 해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지원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