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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이봐, 해봤어?" 긍정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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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종섭 산업부장

노종섭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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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해봤어?"

현대그룹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대표적인 어록이다. 마침 오는 25일은 정 명예회장이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실패의 위험이 있어 포기하려는 부하들에게 정 명예회장이 던진 말은 '이봐, 해봤어?'였다.
그는 70~80년대 대규모 공사 현장을 누비는 동안 직원들이 현실성 등을 내세워 머뭇거릴 때 "해보지도 않은 채 고민하지 말고 일단 해 보라"고 말했다. '이봐, 해봤어?'는 대기업 전ㆍ현직 홍보 책임자들의 모임인 한국 CCO클럽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간행물인 '재계 인사이트' 독자 2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경영인을 대표하는 어록으로도 선정됐다.

'이봐, 해봤어?'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마다 절망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 욕구를 품은 그를 잘 대변해 주는 발언이기도 하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도전정신이지만 내면에는 긍정의 힘이 깔려 있다.

그는 긍정의 힘을 믿었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집시다. 모든 것을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해결됩니다." 그의 또 다른 어록 중 하나다.
공교롭게도 그가 타계한 2010년 전파를 탄, 지금도 40대 이상의 기억 속에 어렴풋하게 남아 있는 광고가 있다.

모 증권회사의 광고인데 군중에 휩싸인 주인공이 여러 사람이 YES라고 말할 때 혼자 등을 돌린 뒤 NO라고 말한다. 또 다른 사람들이 전부 뒤돌아서서 NO라고 주장할 때 YES라고 과감히 발언한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정확한 투자 제언을 하겠다는 메시지이지만 당시 사회 분위기상 여러 사람이 YES라고 말할 때 NO라고 말하는 부분만 부각됐다.

이후 YES맨은 바보이고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용기 있는 사람으로 비춰졌다. YES맨에게는 거수기, 무소신자, 아부맨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의 단어가 붙여졌다.

이때쯤부터인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YES보다는 NO에 무게가 실렸다. 무슨 일이든 찬성보다 우선 반대하고 보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긍정의 힘은 사라졌고 부정이 판쳤다. 장점보다 단점이 더 부각됐다. 신뢰보다 불신이 더 컸다. 화합보다는 갈등이 우선시 됐다.

여야는 사사건건 반대 논리로 맞섰고 노사는 임단협 때마다 부딪쳤다. 재벌들이 경영권 승계나 상속을 둘러싸고 소송을 벌이더니 그 여파가 일반에게로 확산됐다.

NO, 반대, 부정, 단점, 불신, 갈등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한다. 엄청난 기회비용을 날리기도 한다. 여야가 싸울 때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된다. 노사가 갈등을 겪고 파업에 돌입하면서 연간 수백억 원, 수천억 원의 손실을 초래한다. 생존을 위해 당장 구조조정이 시급한 기업들이 노조의 반대에 부딪쳐 경쟁력을 잃기도 한다.

최근에는 대우증권 노조가 회사 매각이 결정되자 연대투쟁에 나섰고, 한화종합화학 노사가 임금협상을 둘러싸고 파업을 벌였다.

최근 롯데로 넘어간 삼성정밀화학 노사의 '창조적 파트너십'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그동안의 삼성 빅딜에서는 '삼성' 브랜드를 떼어내는 대가를 요구하거나 빅딜 반대 투쟁에 돌입하는 게 관례처럼 여겨졌다. 삼성정밀화학 노사는 회사가 수년간 다져온 소중한 노사문화인 창조적 파트너십을 롯데로의 인수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양측이 지속적으로 노력하자는 내용 등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 NO하는 관행을 깨고 YES를 선언했다. 여기에는 노사가 화합해야 역경을 이기고 회사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이 깔려 있다.

NO보다는 YES, 부정보다는 긍정, 단점보다는 장점, 불신보다는 신뢰, 갈등보다는 화합하는 사회가 훨씬 밝고 정겹고 아름답고 행복하지 않을까. 정 명예회장의 긍정의 힘을 그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자꾸 되새기게 된다.





노종섭 산업부장 njsub@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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