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코 앞에 앞두고 유통가가 일전(一戰)을 준비하고 있다. 수능시험을 마치고 쏟아져 나올 52만여명의 새 고객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성형외과, 미용실, 헬스장을 비롯한 각 업계는 20~50%의 수험생 대상 할인판매를 예고하며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이날 돌아본 서울시내 곳곳은 '수험생 손님' 맞이에 여념이 없는 표정이었다. 용산구 청파동의 한 헬스장 역시 '수험생 30% 할인'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 헬스장 사장 박모(45)씨는 "헬스장은 보통 수능이 끝나면 신규 회원이 크게 늘어나는 편이다"라며 "아무래도 수능이 끝나면 연애를 해 보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이 때문에 살도 좀 빼고 꾸미려는 학생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성형가(街)도 수능이 대목채비에 나선 것은 마찬가지다. 수능 직후부터 새 학기 전까지 코·눈 등을 손보려는(?) 학생과 가족들이 주요 타깃이다.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A성형외과 역시 '수험표만 있으면 본인 40%, 가족 20% 할인'이라는 문구를 내걸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수능 특수는 비단 자영업자만의 얘기는 아니다. 대형 백화점, 패밀리레스토랑, 항공사, 테마파크 등도 수능 후 수험표를 지참한 학생과 가족에게 10~50%의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상례가 됐다.
이처럼 '수험표 마케팅'이 연례 행사처럼 자리잡게 된 것은 만성화 된 불황 탓이 크다. 지난 80년대~90년대 초 까지만 하더라도 학력고사를 마친 수험생 대상 할인 프로그램은 의류, 잡화, 가전 등 일부 품목에 국한 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고나서부터는 요식업계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특히 여가·뷰티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는 성형·다이어트 등 다른 영역으로도 수험생 마케팅이 확산됐다. 심지어 일부 대형화 된 성형외과 병원의 경우 수험생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할인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이승창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능 마케팅이 예전보다 활성화되고 있는 것은 이어지고 있는 불황 탓"이라며 "유통가가 스스로 신(新) 소비층을 발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수능은 가족 모두가 긴장하는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이라며 "이를 위로하기 위해 가족에게도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식의 새로운 마케팅 기법은 고객의 멤버십(Membership)까지 확보할 수 있는 부차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