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1970년 7월7일 시작됐다. 서울과 곧바로 부산을 잇는 경부고속도로 428㎞가 세상에 위용을 드러낸 바로 그날이다. 장비도 기술도 형편없던 그 당시에 오로지 피와 땀과 눈물만으로 착공 2년6개월 만에 큰 꿈을 이뤄냈다. 그리고 그날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대한민국이 경부고속도로와 함께 근대화의 길로 들어선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하다.
더 큰 공으로 치자면 불가능할 것으로만 보였던 '고속도로의 꿈'을 현실로 이뤄내 극심한 빈곤으로 무력감에 젖어 있던 국민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추풍령휴게소 기념비에는 '우리나라 재원과 우리나라 기술과 우리나라 사람의 힘으로 세계 고속도로 건설 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이루어진 길'로 그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도 하다.
이후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동안 도로망 확충에 매진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오늘의 풍요로운 대한민국은 전 국토를 사통팔달로 이은 도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 여러 나라의 도로사업을 지원하며 성장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 기적의 역사는 오늘을 사는 우리가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슴 벅찬 미래를 준비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이자 우리나라의 위상을 세계만방에 입증할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서울 세계도로대회가 바로 그것이다.
도로교통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도로대회가 11월2일부터 5일간 우리나라 서울에서 열린다. 1908년에 프랑스 파리에서 첫 대회가 열린 이래로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인의 축제인 세계도로대회는 2010년에 선진국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우리나라가 유치했다.
서울세계도로대회에는 세계 각국의 정부 관계자와 도로분야 전문가 그리고 바이어가 참여한다. 또한 세계 석학들이 참여하는 학술행사가 열리고 최첨단 기술전시회 등도 다채롭게 펼쳐진다.
우리가 이 대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각국의 장차관이 한자리에 모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오간 논의는 곧 세계 도로정책의 나침반이 된다는 점이다. 서울세계도로대회는 우리나라의 도로기술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홍보의 장이 될 것이며 도로교통업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특히 지금 도로교통업계가 해외시장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서울대회는 너무도 소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스포츠축제였던 올림픽과 월드컵을 통해 얻은 자신감을 기반으로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낸 바 있다. 그랬듯이 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다면 창조경제에 크나큰 보탬이 되는 부가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도로기술이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되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서울세계도로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루기 위해 조직위원회를 중심으로 해서 도로교통 분야에 몸담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열의에 국민 모두의 관심과 참여가 뒤따른다면 그 성과는 더욱 커지고 빛나게 될 것이다.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