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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광복절 노래' 윤용하 50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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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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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기어이 보시려던 어른님 벗님 어찌하리/이 날이 사십 년 뜨거운 피 엉긴 자취니
/길이길이 지키세, 길이길이 지키세'

'광복절의 노래' 1절이다. 위당 정인보의 이 시에 가락을 붙인 작곡가가 윤용하다. 이 노래는 광복의 감격과 희망, 사명을 씩씩하게 전한다.
윤용하는 1922년 황해도 은율에서 4대째 가톨릭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고향에서 보통학교 5학년까지 다니다가 부모를 따라 만주에 가서 자랐다. 만주 봉천보통학교를 졸업한 게 학력의 전부이지만 어려서부터 성당에서 음악을 접했고 봉천방송국관현악단의 일본인 지휘자로부터 화성법과 대위법을 배웠다.

그의 부친과 윤용하는 반일 민족의식이 뚜렷했다. 성당의 프랑스인 신부는 그를 음악신부로 키우려고 했다. 그러나 음악신부가 되려면 먼저 일본에서 1년 동안 라틴어와 불어를 배워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의 부친이 반대했다. "자식을 왜놈 땅에 보낼 순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만주에서 지낼 때 조선합창단을 조직해 우리 노래를 전파했고 일본은 그를 위험 인물로 지목했다.(박화목 '윤용하 일대기')

윤용하는 해방 후 함경도에서 음악교사를 지내다 월남해 한양공고 교단에 섰다. 한국 전쟁 기간에 종군작곡가로서 군가와 '사병의 노래' 등을 지었다. 가곡 '보리밭' '동백꽃' '한가윗 달' 등을 비롯해 동요 '나뭇잎 배' '노래는 즐겁다' 등 200여 곡을 작곡했다.
요즘에도 많이 불리는 보리밭은 시인 박화목의 가사에 윤용하가 곡을 붙여 탄생했다. 윤용하는 1951년 부산에서 재회한 박화목에게 "아무리 피난살이지만 보람 있는 일을 해야 할 것 아니겠나"라며 "가곡을 만드세"라고 제안했다. 윤용하는 박화목이 '옛 생각'이라고 붙인 시 제목을 보리밭으로 바꿨다.

순수하고 가난했던 작곡가 윤용하는 병고에 시달리다 1965년 43세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명동성당에서 장례미사가 치러졌다.

올해 윤용하 50주기를 맞아 명동성당이 9월 30일 저녁 8시에 본당에서 음학회를 개최한다. 기념 음악회 관계자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윤용하 선생의 민족혼과 영성을 되새기고 그의 노래를 재발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미래는 과거의 초석 위에서 쌓아올려야 한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지나온 자취를 되새기며 잡아나가야 한다. '광복절의 노래' 2절을 되새겨보자.

'꿈엔들 잊을건가. 지난 날을 잊을 건가/다같이 복을 심어 잘 가꿔 길러 하늘 닿게/세계에 보답 될 거룩한 빛 예서 나리니/함께 지켜 나가세, 함께 지켜 나가세'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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