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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맞춤법과 漢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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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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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게 숲으로 돌아갔다. 내 첫사랑, 안녕.

문안한 권색 난방이 잘 어울리던 그 얘. 4월의 화사한 벅꽃같은 임옥굽이의 그 얘만 생각하면 항상 왜간장이 탔다.
사소한 오예때문에 헤어지게 된 그얘. 영맛살이 있어서 항상 돌아다니느라 대화도 많이 못해봤지만 폐기와 열정이 가득한 퀘활한 성격에 나도 모르게 족음씩 족음씩 빠져들어가고 있었지.

사소한 오예의 발단은 이랬다. 따르릉 전화가 왔었다.

전화벨 소리가 참 트로트였다. '당신을 향한 나의 사랑은 무족권 무족권이야.'(중략)
늦은밤, 신뢰를 무릎쓰고 그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중략)
"무슨 회개망칙한 예기야? (중략)그게 니 한개다. 그리고 권투를 빈다."
어의가 없다. 역시 그런걸까. 고정간염일 뿐이라 여겼던 애숭모 말이 맞았다.
주최할 수 없는 슬픔이 몰려온다.(중략) 너의 발여자가 될, 십자수와 꽃꽃이에도 일각연 있고, 뒷테일마저 사랑스런 나같이 나물할 때 없는 맛며느리감을 놓친건 너의 실수.(하략)"

'틀린 맞춤법으로 쓴 소설'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서 많이 공유된 이야기다. '숲으로'는 '수포로'고 '문안한'은 '무난한'이다. '임옥구비'는 '이목구비'이고 '왜간장'은 '애간장'이다. '애숭모'가 아니라 '외숙모'고 '발여자'가 아니라 '반려자'다.

아무리 우리말 표기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설마 저렇게까지 틀리려고. 혹시 재치 넘치는 누군가가 일부러 지어낸 '틀린 표기'가 아닐까? 이런 생각에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무족권'을 치자 '휴대폰 삽니다 무족권' '버블티 포함 모든 음식 무족권 선착순입니다' '이건 무족권 가야해!' 등 제목이 달린 블로그와 카페 글이 올라왔다.

설마 '일가견'을 '일각연'이라고 쓰는 사람이 있으랴. '어의 없는' 결과가 나왔다. '신혼부부나 인테리어에 일각연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곳이다.' 'OOO는 패션에 조예가 깊은 만큼, 인테리어에도 남다른 일각연을 보여 이날 직접 인테리어한 주방을 보여줄 예정이다.' '입찰자격 제한에도 불구하고 중견기업 투자에 일각연 있는 운용사들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일각연'이라고 오기(誤記)한 위 인용문들은 전부 언론매체 기사의 일부다. '맞춤법을 저렇게까지 틀리진 않을 거야'라는 내 생각은 '오예'였다.

많이 틀리는 단어들 중 상당수가 한자에서 나온 것들이다. 필수 한자 몇 백개만 가르쳐도 이런 오기는 크게 줄어들지 않을까? 한자는 2000년대부터 중고등 교과서에서 거의 사라졌다. 요즘 거론되는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는 '효과'보다 '역효과'가 더 걱정된다. 대신 중고등 국어 과목에 한해 한자를 병기한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제안한다.  

백우진 디지털뉴스룸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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