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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축구와 사람] 6. 삿포로의 굴욕, 조광래의 목을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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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광래는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12승6무3패를 기록했다. 후임자인 최강희는 7승2무5패, 홍명보는 5승4무10패였다. 그러나 일본에 당한 패배가 치명적이었다.

축구에 관한 한 우리의 감정과 시야는 '극일(克日)'의 주변을 전전한다. 한국 선수가 차는 축구공은 상대가 일본이 되면 보통 축구공이 아니다. 한반도 불법 강점, 독도 침탈, 종군위안부, 강제징용, 창씨개명 강요 등 너무나도 많은 것이 공 하나에 담긴다. 절대 져서는 안 된다. 이 강박관념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과거에 그랬듯이.
지난 2003년 1월 29일에 92세를 일기로 별세한 이유형은 한국 축구를 최초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킨 감독이다. 우리 대표팀이 1954년 3월 7일 스위스 월드컵대회 출전권을 놓고 도쿄에서 일본과 맞붙을 때 지휘봉을 잡았다. 천신만고 끝에 열린 경기였다. 당시 월드컵대회 예선은 홈 앤드 어웨이로 치렀다. 당시 국교 정상화가 되지 않은 데다 이승만 대통령은 우리 선수들의 일본 방문을 꺼렸다. 이유형이 대통령에게 "패하면 귀국하지 않고 현해탄에 몸을 던지겠다"고 다짐하고서야 대표팀은 일본에 갈 수 있었다고 한다.

2011년 8월 10일. 조광래가 이끄는 대표팀은 삿포로에서 열린 일본과의 정기전에서 0-3으로 졌다. 1974년에 열린 정기전에서 1-4로 진 이후 37년 만에 당한 패배였다. 일본 원정 11년 무패 기록도 종지부를 찍었다. 이른바 '삿포로의 굴욕'이다. 조광래는 해외파 선수들의 경기 감각 저하와 선수들의 부상을 패인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을 앞두고 좋은 보약이 됐다"고 했다. 그러나 축구팬들은 아시안컵 탈환에 실패한 데 이어 일본에 참패하자 조광래의 능력을 불신하기 시작했다.

축구팬들은 일본에 졌을 때 분명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감독에게 매우 가혹하며 그의 애국심을 의심한다. 물론 조광래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참패한 홍명보가 "우리 선수들이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좋은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가 뭇매를 맞은 것만큼 비판받지는 않았다. 조광래는 '축구팬=국민'이라는 등식이 엄연한 가운데 국가대항전(절대로 져서는 안 되는)에서 패했지만, 일단 한 경기 패배였다. 딛고 일어설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홍명보의 '경험론'에 축구팬들은 격분했다. 홍명보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대표선수단에게 '엿'이 쏟아졌다. 손흥민이 슬픈 표정으로 물었다. "엿을 먹어야 하나요?"

문화스포츠레저부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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