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표는 전날 삼정KPMG가 실시한 동양시멘트 본입찰에 가장 높은 가격인 8000억원대를 써냈다. 예비입찰 이후 적정 인수가격으로 6000억원 선이 거론된 것을 감안하면 이외의 베팅이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넉넉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한앤컴퍼니는 5000~6000억원 선의 가격을 써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표 관계자는 "동양시멘트를 인수할 경우 콘크리트 연관 산업인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파일, 슬래그시멘트, 드라이몰탈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신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며 "이는 고용 증가 효과를 가져와 건설기초 산업 전반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삼표가 KDB산업은행 프라이빗에쿼티(PE)를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쌍용양회 매각협의회를 이끌고 있는 KDB산업은행이 동양시멘트 본입찰을 앞두고 쌍용양회 조기 공개매각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도 협력 관계에 있는 삼표를 측면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일-아세아시멘트는 시멘트가 공급 과잉 상태에 있는 만큼 자체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레미콘사가 인수하게 되면 경쟁이 격화돼 시장 질서가 흐려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진기업은 다른 경쟁 후보군들이 외부 자금을 끌어오고 있는 만큼 인수 후 재무구조 불안을 떨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유진 관계자는 "유진기업의 경우 자사 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에 나서고 있는 만큼 재무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며 "외부자금을 상당 부분 조달해 6000억원 크게 웃도는 인수대금을 치를 경우 상당한 후유증에 노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소레미콘컨소시엄은 시멘트산업의 독과점 구조 개선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배조웅 서울경인레미콘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동양시멘트 인수는 중소레미콘업계 생존을 위한 선택"이라며 "시멘트 업체 중심의 산업구조를 바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오는 24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업체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기업실사 기회를 부여 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될 경우 오는 9월말에는 M&A 작업이 마무리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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