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저예산영화.' 과거 미국에서 동시 상영용 B급영화를 지칭한 용어다. 지금은 규모와 예산이 적은 영화를 통칭한다. 다음 달 2일 개봉하는 영화 '마돈나'는 여기에 속하고도 남는다. 총 제작비 4억 원. 미국 배우조합이 저예산영화의 최저 기준으로 설정한 80 만달러(약 8억8664만원)에 절반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내뿜는 기운은 웬만한 메이저 영화 이상이다. 이미 유럽을 매혹했다. 지난 5월 24일 끝난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독창성에서 완성도가 좌우되는 환경을 극복한 것은 물론 정체된 한국영화 시장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영화는 극단적 환경에 몰린 두 여자의 내면에서 자라나는 모성을 그린다. 병원 VIP병동에서 조무사로 일하는 해림(서영희)은 병원의 실질적 소유주인 사지마비 노인 환자를 맡는다. 환자의 아들 상우(김영민)는 아버지의 생명을 유지하려고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의식불명 상태로 실려 온 임신부 미나(권소현)를 심장 기증자로 지목하고 해림에게 미나의 가족을 찾도록 지시한다.
영화에는 윤간, 성추행 등 남성들이 보기에 불편할 수 있는 장면이 더러 삽입됐다. 그렇다고 남성폭력의 문제만을 지적하지는 않는다.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태연자약함을 주요 캐릭터에 모두 담았다. 주인공 혜림과 미나마저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심부름을 한다. 복수심 때문에 아버지의 생명을 연장하려는 상우로부터 복합적인 감성을 이끌어내 그 역시 욕망의 피해자임을 강조한다. 욕망이 지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다. 신 감독은 "인간 누구에게나 악마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그것들이 보이지 않게 충돌해 비극에 이르는 것이 한국 사회 이면의 병적인 모습과 닮아 있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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