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동해로 표기하느냐 일본해로 표기하느냐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 표기의 주체(나라이든 개인이든)가 한국을 존중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따지는 치명적인 잣대이다. 동해를 일본해라고 부르는 순간 우리의 핏대는 오르기 시작한다. 최근 이케아의 일본해 표기 논란, 또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정거장 사진에서의 일본해 표기 논란은, 우리가 그토록 강조하고 있고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잘 바뀌지 않는 국제적인 '관성'을 느끼게 한다. 대체 우리한테 그들은 왜 이러는 걸까.
동해는 우리나라의 동쪽에 있는 바다라는 의미로, 세계나 국제라는 관점에서는 국지적이고 주관적인 측면이 있는 명칭이다. 동해, 서해, 남해가 모두 그렇다. 우리를 중심으로 해서 바다가 그쪽에 있는 것이지, 그 바다를 객관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는 글로벌 시대를 진작 예견하지는 못했고, 그 바다들에 대해서 전 세계 범용의 네이밍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항하여 양국의 귀속적 의미를 눈에 띄게 강조하지 않은, 그러나 전통적으로 한반도 주변의 바다로 인식되어온 그 점을 강조한, 제3의 네이밍을 검토할 때가 된 건 아닐까. '배달바다(배달해)'라든가, '아사달해'(아사달은 이 땅과 일본을 관련짓는 이름이라 의미심장하다), '박달바다' '무궁해' '태백동해(太白東海)' '조선대해' '한류대해(韓流大海)' '조선홍해(朝鮮紅海ㆍ아침 고운 붉은 바다)' 등속의 이름들 말이다. 물론 정했다고 당장 바꿀 필요는 없다. 이렇게 정해놓고 병용해가면서 국제적인 인식을 쌓아가면 된다. 일본이 미래의 어느 날 동해와 독도에 대해 맹렬한 시비를 걸어온다면, 그때 배달바다라는 이름은 국제적인 설득력을 얻는 데 유리하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빈섬 이상국(편집부장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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