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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호·안순애 부부의 귀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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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호·안순애 부부>

<유인호·안순애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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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승용]

“마음을 두는 고향” 문화와 풍류가 있는 작은 마을
“산과 물, 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 곳” 귀촌 등 인기
한 해 농사를 서두르는 남정네들의 일손이 분주하고 돌담길 넘어 들려오는 아낙네들의 구수한 구전민요 소리에 젖어 발길이 멈추는 작은 산골 마을.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이곳은 물 맑고 산새가 좋다는 전남 구례군 간전면 거석마을이다. 전라남도 광양과 구례, 경남 하동군의 경계선이 다리 하나 사이로 두고 있다.

<거석마을 표지석과 마을 전경>

<거석마을 표지석과 마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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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를 즐기며 농촌 문화가 고스란히 스며있는 이곳 산골마을은 ‘마음을 두고 온 고향’처럼 평온함이 한나절 쉬어가게 발길을 사로잡는 곳이다.
잠시 쉬다보니 눌러 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생길만큼 풍경이 아름다운 이곳에 새내기 귀촌부부가 둥지를 틀었다.

그 주인공은 유인호(49), 안순애(49) 부부이다.

귀촌하기엔 조금 이른 나이로 보일 수 있지만 이들 부부는 결혼 전부터 “지리산 자락에서 살자”라는 서약을 했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3년 전부터 도시락을 싸서 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군 등을 순방하며 귀촌할 마을을 찾아다녔다. 막상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마을을 찾아 마땅한 집을 사려해도 땅값이 너무 비싸 엄두도 내지 못했고, 빈집이 있어도 살 수도 없었다.

그동안 집을 찾아 삼만리.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을 본 안 씨는 “첫 눈에 이집이다”라고 확신했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데다 백양산과 지리산 천왕봉이 마당 앞에 펼쳐져 마음에 쏙 들었다는 것이다.

<유인호·안순애 부부의 집 앞 마당>

<유인호·안순애 부부의 집 앞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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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씨는 310평의 옛 집을 구입해 한땀 한땀 직접 수선했다. 옛 멋을 그대로 살려내면서 현대식을 덧붙이는 과정을 거쳐 정성스레 온 힘을 쏟았다.

안 씨는 집을 사러 다디던 지난 시절의 설움을 토로하며 “집에 오시면 차 대접을 하겠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유인호·안순애 부부의 집 앞 마당과 아궁이, 화분>

<유인호·안순애 부부의 집 앞 마당과 아궁이, 화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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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씨는 계절마다 꽃이나 특산물(송순, 엄나무, 녹차, 능이), 찹쌀과 누룩, 물만 이용해 빚은 “들돌(들리는 돌)”이라는 전통주를 빚고 있다.

안 씨가 멥쌀과 찹쌀로 직접 빚은 ‘들돌’ 이라는 전통주는 정종과 비슷하다. 옛 방식을 그대로 살려 지역 특산물로 빚었다는 전통주는 드라이하면서도 걸죽한 맛이 일품이다.

직접 빚은 전통주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한 닭백숙은 어디에서도 맛을 보지 못한 최고였다. 엄나무와 능이버섯을 넣어 기름끼를 쫙 뺀 백숙은 능이의 특유의 향이 배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천하제일의 맛이었다.

녹차 새순으로 우려낸 강발효차(좌상)와 멥쌀과 찹쌀로 빚은 들돌 전통주(우상), 엄나무와 능이를 넣고 삶은 백숙(우하), 기름기가 쏙 빠진 백숙 육수.

녹차 새순으로 우려낸 강발효차(좌상)와 멥쌀과 찹쌀로 빚은 들돌 전통주(우상), 엄나무와 능이를 넣고 삶은 백숙(우하), 기름기가 쏙 빠진 백숙 육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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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이와 엄나무를 넣고 푹 삶은 백숙을 곁들어 밤새도록 술을 마셔도 술이 취하지 않는다고 한다. 숙취해소에도 뛰어나다고 자랑하는 유 씨는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들이키라는 조언도 해준다.

이곳 거석마을은 집집마다 50~60년된 녹차나무가 있어 이른 봄에 녹차를 따기도 한다.

안 씨 집 앞마당에도 녹차나무가 있어 매년 녹차잎을 따 ‘강발효차’를 만든다. 강발효차는 녹차 새순을 따 햇볕에 반나절, 음지에서 반나절 숙성을 통해 발효시킨다. 강발효차는 향이 강하고 조금은 떨떠름한 맛이 나지만, 여름철 물놀이 후 배앓이 할 때와 감기 증상에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으며 녹차 중 제일로 평가받는다.

거석마을은 산초가 많이 나는 시기인 가을과 추석 무렵에는 능이버섯 1Kg에 100,000만원에 판매된다. 난 자리에서만 나고 자식도 안 가르쳐 준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귀한 버섯이다. 1능이 2송이 라는 말이 있듯이.

이들 부부에게 귀촌, 지리산 자락에 둥지를 틀도록 보다 앞당기게 됐던 것은 남편 유씨의 직장생활 때문이다. 남편 유 씨는 한국전력공사 직원으로 광주·전남 지역 사무소로 출·퇴큰해야 하는 직장생활 때문에 매번 이사를 다닐 수도 없어 한 곳에 정착할 수밖에 없었고 아내인 안 씨는 부업을 가져야 했다.

안 씨는 속셈학원을 운영하면서도 물과 지역이 낯설어 우울증을 겪게 됐다. 식품영양학과를 전공한 안 씨는 자신의 적성을 찾기 위해 광주로 이사해 YMCA에서 강좌하는 남도음식교육 등을 찾아다녀 봤지만 내키지 않았다.

그러던 안 씨는 어느 한 시인의 소개로 전통술 빚는 것을 소개받아 교육에 전념했고 자신의 적성과 맞다는 걸 알고 최고 과정까지 거쳤다.

귀촌 2년차를 맞고 있는 이들 부부는 이제 어느 덧 한 마을 구성원으로 마을 어르신들과 어울려 지내며 귀촌의 재미를 만끽하고 있다.

김소현 명창은 거석마을에서 섬진강 판소리학교와 거석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김소현 명창은 거석마을에서 섬진강 판소리학교와 거석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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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류가 있는 산골 마을을 아시나요?
돌담 넘어 들려오는 구전민요…섬진강판소리학교 김소현 명창


거석마을은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문’에서 장원을 해 대통령상을 받은 ‘김소현 명창’이 10여년 전부터 섬진강 판소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김소현 명창은 경남 악양과 하동, 전남 구례군 간전면 등 섬진강 줄기를 벗어나지 않고 30여년간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거석마을에 들어왔다.

거석마을 집집마다 구전민요가 흘러나오는 것은 김소현 명창이 있기 때문이다.

김소현 명창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소리를 가르치기 위해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자장가로 한곡씩 지도해도 재미가 없고, “신세대 노래가 좋지, 인기도 없고 알지도 못한 소리, 더구나 어렵다는 소리를 늙은 노인네가 어떻게 하느냐”며 거부가 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소현 명창은 3개월의 고민 끝에 즐겨부르던 노래를 시작으로 마을 어르신들에게 조금씩 소리를 곁들어 부르도록 했다. 개개인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선곡해서 부르도록 했지만 금새 잊어버리고 또 잊어버리는 반복되는 교육 때문에 마음을 이끌어내는데 고생꾀나 했다고 그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시작한지 한 2년쯤 됐을 무렵 경사가 찾아왔다.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뽐낼 수 있는 경연대회가 열린 것이다.

이 마을 출신 14명 할머니는 ‘2012년 구례동편제소리축제 구전민요부르기 경연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저 건네라 저 번데기(언덕베기)
지추(약초)캐는 저 큰아가
니그집이 어디간디 해가져도 아니가냐
우리 집을 찾을라면 안개 속을 지내갔고
구름속이 우리 집이요”

거석마을에 전해져 내려오는 구전민요의 한 소절이다.

소리 좀 한다는 명창들의 수제자들이 참여한 대회에서 거석마을 할머니들이 당당하게 1위를 차지 할 수 있었던 것은 ‘고향 어머니의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심사위원들의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김소현 명창은 구례군에서 1년간 지원을 받아 할머니들과 함께 소리꽤나 연습했다.
그리고 2013년 나주대회에 참가해 도지사 개인상을 받아 그동안의 노고를 위로받았다.

김소현 명창은 “거석마을은 ‘마음을 두는 고향’, 그런 곳”이라며 “이것 저것 따지면 못 온다. 백양산과 지리산, 섬진강 물줄기가 흐르는 작고 이쁜 마을에서 귀촌오세요”라고 말했다.



문승용 기자 ms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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