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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藥’ 대신 ‘과학지식’ 나눠주는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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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 책 ‘센스 앤 넌센스’ 번역한 양병찬 씨…제2의 ‘서유견문’ 나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허브 역할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 분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갖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이버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과 지식과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가 소셜 허브를 인터뷰해 소개합니다.

“한국은 적어도 과학 분야의 경우 번역자 복이 많은 나라다. 젊은 번역자들이 활약하는 과학책시장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특히 그는 과학자들이 번역자로 지명해 불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양병찬 씨는 '센스 앤 넌센스' 등 과학분야 책을 전문적으로 번역한다.

양병찬 씨는 '센스 앤 넌센스' 등 과학분야 책을 전문적으로 번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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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새로운 인물'이 양병찬(55ㆍ사진)씨다. 그는 지난해 책 ‘센스 앤 넌센스’를 번역했다. 진화론의 주요 연구 갈래를 균형 잡힌 시각에서 소개하는 책이다.

그는 자신을 ‘지식공유자’라고 소개하고 그렇게 불러달라고 말했다. 그는 약사로 일하면서 지난 10여년 동안 시간을 쪼개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정보기술포털에 최신 과학동향을 익명으로 기고해왔다. 과학전문 저널인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에 올라온 생명과학ㆍ보건의료 분야 기사를 번역했다.

그는 “3년 전 페이스북을 시작하고 특히 지난해 초부터 포스텍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 글을 연재하면서 많은 분들이 저의 존재를 알게 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출판계에도 입소문이 나서 ‘센스 앤 넌센스’의 번역을 맡게 됐다고 설명했다.
기자도 지식공유자를 페이스북에서 만났다. 그가 하루에도 몇 꼭지씩 공유하는 과학 뉴스와 지식을 접했다. 지식공유자와의 인터뷰는 페이스북에서 질의 목록을 보내고 회신을 받은 뒤 추가 문답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는 “과학에 관심을 갖고 지식공유를 실천하게 된 과정은 좀 길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을 졸업한 뒤 은행ㆍ증권사ㆍ대기업에서 근무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생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퇴직했다. 이후 공부도 할 겸, 자격증도 딸 겸 40세에 약학대학에 입학했다.

“그런데 약대에 들어간 후 생화학ㆍ약물학ㆍ면역학ㆍ유기화학 등을 배우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그는 말했다. “세상에 이런 재미있고 유익한 학문이 있는 것을 모르고 살아 왔다는 것이 후회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학문들이 세상을 바꾸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구한말에 ‘서유견문’을 쓴 유길준 선생의 마음이 그랬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늦게 배운 도둑질 밤 새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정말 밤을 새워 가며 미치도록 공부했습니다.”

약국을 운영하면서부터 ‘서유견문’의 정신으로 돌아가 지식공유를 시작했다. 그는 단행본을 번역하는 한편 매일 아침 해외 과학뉴스를 소개했다.

지식공유자라는 명칭은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 ‘기억전달자’(The Giver)를 읽고 보면서 만들었다. 그는 “한 세대의 기억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기억전달자처럼 과학 선진국들의 문물을 가장 먼저 받아들여 사회에 전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이 명칭에 담았다”고 들려줬다.

그는 지난해 초 약국 일을 중단한 이후 지식공유에 전념하고 있다. 현재 ‘천재: 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을 번역하고 있다. 물리학자 파인만 이야기의 ‘맛보기’를 그의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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