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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 사자는 어떻게 내실에서 나왔나…안전 부실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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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상 내실에 있어야 할 사자, 밖에 어떻게 나왔나...2013년 서울대공원 사육사 사망 사건 후 동물원 안전관리 대폭 강화됐지만 '무소용'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유제훈 기자] 12일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육사가 사자에 물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3년 11월 서울대공원에서 호랑이에 물려 사육사가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 후 서울시가 공공 동물원 안전 관리를 대폭 강화했지만 15개월 만에 또 다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부실한 안전 대책과 관계자들의 안전 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어린이대공원은 12일 오후 5시20분께 어린이대공원 회의실에서 기자브리핑을 열고 사육사 김모(53)씨가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홀로 사자 방사장 안으로 진입했다가 암ㆍ수 사자 2마리에 물려 숨졌다고 밝혔다.
어린이대공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사자 방사장에서는 동물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기 위한 훈련인 '동물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 프로그램은 동물 모양을 한 종이 구조물 안에 먹이를 넣고, 사자들이 직접 '모의 사냥'을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이날 훈련에는 총 7마리의 사자가 참여했다.

숨진 김씨는 프로그램이 끝난 후 오후 2시10분께 다른 관계자들이 떠난 후 뒷정리를 위해 혼자 방사장 안으로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김씨는 오후 2시25분께 소방점검을 위해 들른 한 소방담당자 A씨에 의해 쓰러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인근 건국대병원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끝내 오후 4시께 숨졌다.

◇사자들 어떻게 내실 문 열고 나왔나…CCTV가 관건=숨진 김씨를 처음 발견한 소방담당자 A씨는 "발견했을 때 김씨는 하의가 벗겨진 상태로 방사장 안에 쓰러져 있었다"며 "가장 첫 번째 내실의 문이 열려있었고, 두 사자가 쓰러진 김씨 주위를 배회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씨를 공격한 사자 두 마리는 2006년생 숫사자와 2010년생 암사자로 알려졌다. 이 두 사자 역시 다른 사자들 처럼 내실(27㎡, 4곳) 안에 격리돼 있어야 했지만, 이날 김씨가 발견 될 때 이 사자들은 내실 밖 방사장(374㎡ 규모)에 나와 있었다.

방사장 뒷편에 위치한 내실은 수직으로 차단벽을 내릴 수 있는데다, 고리가 걸려있어 동물들이 직접 문을 열고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대공원 측의 설명이다. 또 어린이동물원 맹수마을 위기관리매뉴얼에는 방사장에 사육사가 들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맹수가 내실 안에 들어가야 하고, 마리 수와 잠금 장치를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이 규정돼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은 CCTV 분석이 진행된 이후에나 밝혀질 수 있을 전망이다. 현재 경찰 과학수사대가 해당 CCTV를 수거해 조사 중인 상태다.

◇1명만 들어가도 문제 없다?…안전대책 부실했나=숨진 김씨는 20년 경력의 동물 사육사로, 맹수사로 근무한 지는 3년 가량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자ㆍ호랑이 등 9종 27마리의 맹수들이 사육되고 있는 어린이대공원 맹수마을에는 평소 2명의 근무자가 근무하지만, 휴무일인 이날 맹수 사육사는 김씨 혼자 밖에 없었다.

이는 위기관리매뉴얼에 방사장 입실 시의 최소인원 등 구체적인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위기관리매뉴얼을 보면 '1인이상 근무 시 반드시 서로간 위치확인 후 작업에 임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방사장 입실시 최소 2인 1조로 들어가야 한다는 등의 규정은 없었다.

앞서 시는 2013년 발생한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발생한 사육사 사망사고 이후 안전관리 강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대공원은 2인1조 근무, 안전복 착용 등을 의무화 한 바 있다.

그러나 어린이대공원 측은 "어린이대공원은 서울대공원보다 규모가 작고 근무형태도 다른 편"이라며 "기본적으로 매뉴얼은 동물원 상황에 맞게 만들어 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후 5시30분께 김씨의 시신이 안치된 건국대병원을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박 시장은 "황망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예우에 맞게 모든 지원을 할 방침이며, 사고의 원인부터 철저하게 규명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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