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재로서는 올해에 개헌논의가 마무리되고 내년 총선에 국민투표가 동시에 치러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다만 야당이 강력히 주장하고 여론이 뒷받침된다면 개헌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개헌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암초가 허다하다. 개헌 시기나 방향에 대해 정치권 내에서도 이론이 분분한 데다 청와대가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헌은 여야 간의 대타협과 대통령의 적극적 지원 및 국민적 동의 등 3위일체가 한박자를 이뤄야만 가능한 것이다.
지금 한국정치의 최대 고질병인 지역주의문제는 영호남에 기반한 양당체제가 극심하게 대립하는 구도에서 기인한다. 어떤 정권이 집권하든 영남당과 호남당이 각각의 연고에서 만년 집권당 행세를 하고 있다. 현재의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바로 그렇다. 충청과 강원 및 수도권이 변수로 작용하지만 결국은 영호남 연고권에 기반한 주요 변수에 부수적인 변수가 더해지면서 약간의 선거지형이 변화하는 형국인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양당제를 초래한 게 소선거구제라는 선거구제였다. 이는 누구나 짐작하는 내용이었지만 최근 '국내1호 데이터 정치평론가'임을 자임하는 전 민주당 당직자 출신 최광웅이 펴낸 <바보선거>라는 역저에 자세히 열거돼 있다. 그는 오랜 여의도 정치경험과 제13대 대통령 선거 이후의 모든 대선, 총선 등의 결과를 분석한 뒤 몇 가지 중요한 결론을 도출해냈다. 그에 따르면 중선거구제와 소선거구제 도입 초기였던 12~15대 국회에서는 지역당적 성격의 다당체제가 유지됐고 소선거구제가 정착된 16대 이후엔 영호남에 근거한 양당체제가 고착화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소선거구제가 다시 도입된 1988년 13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보자. 노태우의 민주정의당은 대구ㆍ경북을 기반으로 87석, 호남을 기반으로 한 김대중의 평화민주당 70석, 부산 경남을 기반으로 하는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59석,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이 35석을 각각 차지했다. 지역주의적 투표성향은 이른바 '3김(金)시대'가 저물었는데도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러 번 부산에서 출마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번 보궐선거에서 이정현 후보가 당선된 것은 큰 흐름이기보단 돌연변이에 가까웠다.
윤승용 논설고문 yoon673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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