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괜찮았다. '386세대'의 끝자락이라 투쟁으로 청춘을 소모하지도 않았다. 직장 잡기도 그리 어렵지도 않았다. 소위 명문대 출신들은 2~3군데 대기업을 놓고 골라 갈 정도였다. 벤처기업과 금융권도 40대에겐 기회였다. IMF 외환위기는 사회 초년병이라,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창 일할 나이라 비껴간 느낌이다.
직장은 전쟁터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열심히 하면 임원이 된다는 보장이 있으면 좋으련만. 별 수 없으니 그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점심은 그냥 구내식당에서 때운다. 점심 먹고 담배도 맘대로 피우지 못한다. 저쯤 어디에서 눈치를 보고 핀다. 담배 한 갑을 사는 것도 망설인다. 오천원을 내야 거스름돈으로 500원짜리 동전 하나 준다. 그래서 담배와 함께 들려 있던 별다방 커피는 봉지 커피로 바꿨다. 같이 점심을 즐기던 입사 동기의 얼굴이 어둡다. 애들 교육 때문에 지금 사는 곳에 살고 싶지만 오른 전셋값을 마련할 길이 없단다. 기대했던 연말정산은 마치 도둑맞은 느낌이란다. '뭐 하나 내 맘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40대 소비는 비정상이다. 일반적으로 연령별 평균소비성향을 보면 U자 형태다. 소비성향은 소득이 높지 않은 20~30대가 높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40~50대는 저축이 늘면서 소비성향이 줄어든다. 저축을 바탕으로 노년에 소비가 다시 높아진다. 이게 생애주기가설이다.
40대의 고민은 교육비에서 그치지 않는다. 70세을 넘어선 부모님을 보면 몸 둘 바를 모른다. 조금이라도 도와 드리고 싶지만, 나 자신의 노년은 더 불투명하다. 형제, 자매라도 많으면 좋으련만. 하나만 낳아 잘 키우라던 시절에 태어났다. 고스란히 혼자의 몫으로 남는다. 40대는 '낀 세대'다. 아래로 자식을 키우고, 위로 부모를 걱정하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40대의 보수화 경향이 뚜렷하다. 생각보다 보수화되는 게 빠르다. 나이가 들면서 보수화되는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자기 것을 지키려는 다부짐으로 봐야 한다. 내 삶이 팍팍해졌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너그럽지 못한지도 모르겠다.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지방 선거 모두 진보 성향을 띤 정당이 패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현재 정부에 그리 호의적이지도 않다. 정부정책에 민감하다. 연말정산을 하면 오히려 돈을 토해내고, 담뱃값은 오르고, 전셋값은 떨어질 줄을 모른다. 40대 봉급생활자는 유리지갑이다. 세금을 더 걷을라 치면 먼저 열리는 지갑이다. 그렇다고 그 혜택이 나에게 돌아오지 않는다. 청년 일자리, 노년 부양, 빈곤층 복지로 간다. 왜 세금을 더 내야 하며, 이렇게 걷힌 세금은 어디에 쓰인다고 설명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다. 설명은커녕 증세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40대는 아프다. 아프니까 40대라고 하는 게 맞을 게다. 답답한 세상, 이렇게 아픈 40대는 어디서 위로받아야 하나?
오동윤 동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