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5일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4차 전체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정부측 안을 전격적으로 공개했다. 이 처장은 '정부안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확정된 정부안은 없다"면서도 "정부에서는 대타협기구 구성원으로 의무를 다하기 위해 대타협 논의과정에서 논의할 수 있는 기초제시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내용 공개는 즉각적으로 공무원노조를 비롯해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다. 한 위원은 "짜고치는 고스톱 아니냐"며 "난데없이 꼼수를 써서 질문과 답변 통해 이렇게 공개하면 국민대타협이라는 전제하에 들러리로 있을 필요가 없다"고 반발했다.
이날 논란의 핵심은 이 처장이 공개한 안이 정부안인가 하는 점이었다. 이 처장은 이날 소개한 안을 두고서 "정부안이 아니라 대타협기구 논의를 위해 정부측 위원들이 말할 수 있는 공통의 생각이 담긴 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가 공무원 연금 개혁방안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는데 이 안이 정부안이 아니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위원은 "법리적 의미에서 정부안은 아닐지 몰라도 정부에서 내놓은 안 아니냐"이라며 "말장난"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5일 전체회의에서는 이같은 '정부가 제시한 안이 정부안'이 아니라는 논리를 그대로 수용했다.
그동안 대타협기구에서는 정부측 입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제대로 된 논의를 위해서는 이해당사자들이 각각의 안을 꺼내놓고 절충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 때문에 지난달 15일 회의에서 새누리당 소속의 조원진 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은 공무원단체 대표들에게 "대타협기구가 구성됐기 때문에 임단협 협의를 통하지 않고 정부 측 안을 한번 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이에 대해 당시 공무원단체측은 "대타협기구에서 나가라는 말로 들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당 소속인 조 위원장 마저 정부가 독자적인 안을 내기 위해서는 노조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날 이 처장은 노조측의 단협을 건너 뛰는 것 등에 대한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정부측 안을 공개했다. 이 때문에 공무원 노조쪽에서는 일단 대타협기구에 참석은 했지만 이후에 강력 반발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7일에는 전공노 대의원 대회가 예고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날 정부가 소개한 안이 제대로 된 안인지에 대한 의문도 크다. 이 처장은 이날 안이 "재정추계 등을 거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재정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서 진행되는데 정작 정부는 재정에 대한 정확한 계산 없이 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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