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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따뜻한 함박눈' 같은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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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시인 안도현의 '우리가 눈발이라면'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함박눈은 힘겨운 삶을 사는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는 존재를 의미한다. 함박눈과 같은 존재에 대한 기대는 법조영역도 예외는 아니다. 법(法)이 낮은 곳을 향해 따스한 시선을 보여준다면 상상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할까. 억지로 법 준수를 강요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마음으로 함께하지 않을까.
수원지방법원 송승용 판사는 대법관 후보 추천과 관련해 "따뜻한 함박눈 같은 대법관이 그립다"면서 사법부의 현실을 아쉬워했다. 인권, 노동, 환경 등 각종 사회적 갈등요인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분이 대법관이 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대법원이 사회에 튼튼히 뿌리를 내리고, 그곳의 판단에 누구나 공감하고 수긍하는 것이야말로 법의 안정성과 사회의 평안을 가져오는 일이다.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요구에 담긴 뜻도 그것이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서 21일 신임 대법관 추천은 매우 아쉽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2월에 퇴임하는 신영철 대법관 후임으로 박상옥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을 임명 제청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새로운 대법관이 된다. 박 후보자는 검사로 25년간 생활했던 검찰 출신이다. 대법관 14명 전원의 법관 출신을 깨는 의미는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사회의 다양한 가치의 반영보다는 보수성향 대법관 구성의 '법조 내의 출신 다양성'에 기여하는 후보자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박 후보자는 사학분쟁조정위원 활동 당시 비리사학을 옹호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최근엔 청와대 민정수석 내정설까지 나돌았다.

대법원장은 고심 끝에 새로운 대법관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냉랭한 시선'이 뒤따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 시린 마음을 감싸줄 '따뜻한 함박눈' 같은 대법관과는 동떨어진 인사라는 판단 때문 아니겠는가.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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