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사회·과학·수학 고교과목 도입 후 급증…수능 실패 학생들도 진로 불안에 일찍부터 도전
# 올해 수능을 봤는데 점수가 안 나와서 재수를 할지 아니면 공무원 시험을 한시라도 빨리 준비할지 고민 중입니다. 부모님께서는 수능 끝났다고 놀지만 말고 벌써 공무원시험 준비하라고 하시는데….
이는 노량진 학원가에서도 뚜렷하게 확인된다. 노량진에 있는 공무원시험학원 '공단기'의 나광원 본부장은 "처음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을 위한 기본종합반에는 약 5%의 고교 수험생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는 2012년과 비교하면 대폭 증가한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공무원 시험의 주요 과목과 수능과목이 겹쳐 고교생에게 유리한 측면이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하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입시업체 진학사가 지난해 고3 회원 8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학년도 정시지원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원하는 대학에 불합격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재수를 한다'는 응답이 38%(344명)로 가장 많았고 '일단 대학에 들어간 후 수능을 다시 치른다'가 30%(271명), 이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응답이 10%에 이르며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 공무원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고등학생 사이에서 공무원 선호도가 높아진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수능을 치르고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정모(18)군은 "생각보다 수능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취업이 보장되지도 않는 대학에 가서 학업과 시험공부를 병행하느니 바로 공부를 시작해 일찍 합격하는 게 나을 것 같다"며 대입 포기의 이유를 설명했다. 위종욱 공단기 사회과 강사는 "수능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학생들이 1~2월 진로를 고민하다 3월에 학원 종합반 개강 즈음 수강 관련 문의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교생 공시족' 현상에 우려를 표하는 시선도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주체적으로 미래를 준비하기보다 사회 분위기에 떠밀려 자기 진로를 성급하게 선택한다는 지적이다. 공무원시험학원의 한 관계자는 "고등학생 수강생의 경우 공무원 자체에 큰 뜻이 있다기보다는 낮은 학교성적이나 진로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일찌감치 공시족의 길을 선택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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