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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아닌데…강제입원 쉬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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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규정 탓 강제 입원 세계 1위…법원 "신체 자유 침해 소지"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 낯가림이 심했던 B씨(46). 사회생활에 다소 어려움을 겪는 정도였지만 아버지 눈에 아들 B는 '정신분열증' 환자였다. 아버지는 아들을 정신과 병원에 입원시키려 했고 경기도의 S정신과의원이 아들을 강제입원 시키도록 도와줬다. B씨와 전문의의 면담 내용도 아버지가 작성할 수 있게끔 했다. 퇴원한 B씨는 "강제입원으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아버지와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주며 아버지와 병원이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인한 강제입원 절차 부실로 인해 인권침해가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강제입원을 시켰다가 소송으로 번지는 사례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김춘진(새정치민주연합)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강제 입원한 환자는 전체의 70.5%다. 10~30%대인 외국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이는 위헌적 정신보건법 규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현행 정신보건법 24조는 환자의 의사능력과 정신과 치료 정도에 상관없이 이들의 가족 등 보호자가 입원의뢰하면 전문의 한 명의 동의만으로 강제입원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입원자를 꼼꼼히 면담하는 병원도 있지만 보호자들이 원할 경우 대부분 누구나 강제입원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일단 한 번 입원당하면 퇴원하기는 매우 어렵다. A씨는 퇴원을 신청하자 "아버지와 이야기해보겠다"는 말만 병원으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정신보건법 24조는 정신질환자의 입원 계속 여부를 입원 후 6개월 뒤에서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또 정신병원 의사의 단독 판단으로 이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보고서'에 따르면 3년 이상 장기간으로 입원하고 있는 정신환자 수는 전체 환자의 23.6%에 해당하는 1만9062명에 달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정확한 숫자를 산출할 수 없지만 장기 입원한 피해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법조계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 B씨 사건에서 법원이 강제입원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며 "보호의무자에 의해 의사와 무관하게 정신의료기관에 입원시키는 것은 경우에 따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신보건법에 대해 수차례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헌재는 그때마다 '각하' 처리했다. 기본권 침해는 강제입원조치라는 구체적 집행 행위가 있을 때 발생할 뿐, 법령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해 헌법소원을 낸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리걸클리닉은 "정신보건법 24조는 헌법상 신체의 자유, 인간의 존엄과 가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보호자와 의사가 언제나 좋은 뜻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은 틀릴 수 있다"면서 "입법으로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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