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사회문화사는 결국 이 미물ㆍ하등성을 사회적으로 또 내면적으로 통제하는 규범과 도덕의 확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동양에서의 배움도 이 '전(前) 인간적'인 면을 억제하며 제대로 된 인간이 되기 위한 학습이었고, 엘리아스가 이름붙인 것처럼 서양의 '문명화 과정'도 결국은 사회적 유아가 성인이 돼 가는 것에 다름아닌 것이다.
유아적인 면의 한 특징은 내것과 남의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 일과 남의 일, 내 책임과 남의 책임을 분간 못하는 것이다. 사회의 진화는 대체로 높은 지위를 가지는 이는 그 권한만큼 내 책임이 많아진다는 것을 확인해 온 과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사회의 불가사의는 이런 점에서 결핍과 유아성이 있는 이들, 진화가 덜 된 이들이 오히려 높은 지위와 권한을 갖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요즘 최고 권부(權府)-재부(財府)에 있는 이들의 언행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그것은 현대인의 머리에서 저 옛 생명체의 미진화된 의식을 보는 듯하는 일이다. 수억 년의 생명사가 한 몸에 공존하는 모습, 이건 생명의 신비인가 아니면 한국의 신비인가.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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