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법률적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농촌 마을은 간단한 분쟁을 해결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마을 주민들은 사소한 법률문제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으며, 마을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제대로 된 법률 지식이 없어 주민들끼리 얼굴만 붉히다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마을변호사 제도에 법조인들의 참여가 증가한 이유는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나눔을 통해 얻는 보람이 다른 어떤 활동보다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경남 남해군 삼동면의 법률 상담사례는 마을변호사를 통한 재능나눔의 결과가 '행복'이라는 보상으로 돌아온 좋은 예이다. 섬에 자리 잡고 있는 남해군은 마을마다 바다를 활용한 수익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삼동면의 한 마을도 외부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바다를 활용한 수익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분쟁에 대해 마을변호사에 상담을 요청했다. 마을 전체의 수익이 걸려 있는 문제라 마을 사람 여럿이 부산에 있는 변호사 사무실까지 찾아갔고, 일이 잘 해결되자 마을 주민들이 감사를 표시하며 돌아갔다. 아버지, 어머니 같은 마을 주민들이 정말 감사하다는 그 말 한마디에 그간의 노력을 모두 보상 받은 듯 보람을 느꼈다고 담당 마을변호사는 술회했다.
재능나눔은 재능을 받는 상대방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상대방과 함께 나 자신도 행복해지는 행위다. 농촌에 없는 것은 변호사 사무실뿐만이 아니다. 병원, 세탁소, 철물점, 옷가게 등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시설들이 필요한 곳도 있다. 이러한 시설을 정부에서 일일이 지원하기에는 시간적, 금전적 제약이 따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촌을 살릴 수 있는 것이 '행복한 공동체 건설을 위한 자원나눔 정신' 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각자가 가진 소소한 재능을 조금씩 이웃과 나누어 '무(無)'에서 '행복'을 창출하는 가장 생산적인 일이다.
올 연말연시에는 농촌에서 친지들과, 가족들과 더욱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신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추워지는 겨울,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재능나눔활동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이웃에 따뜻한 온기를 전달하는 풍성한 겨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장준동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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