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은 지구에 산소가 존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지구가 탄생될 때부터 자연환경의 한 구성 성분으로 존재해 왔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이 방사선의 바다에서 대처하고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진화시켜왔다. 그러나 인간뿐만 아니라 어느 생명체도 방사선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을 진화시켜오지 못했다. 이는 이러한 능력을 발전시킬 만한 진화적 필요성이 없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 몸은 어떤 수준의 자연 방사선에 적응할 수 있고 이들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공해물질, 교통사고 등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위험 속에서 곡예하듯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에 비해 방사선량은 물리적으로 측정 가능하므로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어떤 환경적 요인보다 매우 잘 연구돼 있고, 관리되고 있다. 방사선에 의한 인체 영향은 100년 이상 광범위하게 연구돼 왔다. 그중 가장 신뢰할 만한 연구 결과는 일본의 원폭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수명 연구(LSS)로 100mSv 미만의 선량에서 암 발생의 증가가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관찰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에서는 100mSv 미만의 경우 방사선 방호 목적의 편의상 100mSv 이상에서 얻어진 모델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이를 100mSv 미만에서 암 발생자 수를 가상적으로 산출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단서를 달고 있다.
지난 10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원전 주변에 거주하는 한 주민에게서 발생한 갑상샘암이 원전과 연관이 있다는 판결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암 발생의 원인은 복합적인 것이므로 원전과 암 발생의 인과 관계의 입증을 위해서는 실제 원전 주변주민이 얼마나 많은 방사선을 받았는지, 방사선 이 외에 암 발생에 영향을 주는 다른 요인은 없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단지 원전 주변에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암 발생이 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주장이 사실일 수는 없다.
박우윤 대한방사선방어학회 의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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