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 가릴 것 없이 피해…'FDS 늑장 도입' 금융권에 비난 봇물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에 거주하는 권 모 씨(34)는 A증권사 종합자산관리(CMA)계좌에 있던 돈 3000여만원이 새벽3시 경부터 1∼30분 간격으로 8곳의 계좌에 송금된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용의자는 중국에서 전화를 걸어 텔레뱅킹을 시도했고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비밀번호 등을 입력했다. 권 씨는 7년간 한 번도 텔레뱅킹을 사용한 적이 없었지만 해당 증권사에서는 수상한 거래를 막지 못했다. 해당 증권사는 이 사고가 보고된 후에나 지정번호로만 텔레뱅킹을 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C은행 통장에서도 지난 8월 김 모 씨의 돈 600여만원이 텔레뱅킹을 이용해 빠져나갔다. 김 씨는 지난 2007년 이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하며 텔레뱅킹을 신청했지만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아 서비스가 제한된 상태였다. 용의자는 이 은행 고객센터 자동응답서비스를 이용해 피해자의 텔레뱅킹 서비스를 재신청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피해 사례 대부분은 중국에서 텔레뱅킹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같다. 또 대포통장으로 수번에 걸쳐 송금했는데도 금융사가 수상한 거래를 눈치 채지 못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때문에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구축에 늑장을 부리는 금융권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이장현 기자 insid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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