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종전 수준인 2.25%로 결정했다. 금통위의 결정은 시장의 예상대로였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13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6.5%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이후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축소됐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인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금리 인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조만간 추가 조치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다. 우선 제조업황이 신통치 않다는 점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2014년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조업의 8월 업황BSI는 72로 전월 대비 2포인트 하락했다. 세월호 사고 직후인 5월부터 네 달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기업 규모나 업종에 관계없이 전반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전문가들도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주택시장 회복세가 미약할 경우 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내놨다. 수요 측면 심리는 개선되고 있지만 공급 측면 심리는 여전히 더디게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낮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둔화가 맞물려 디플레이션 우려가 생기면 11월 추가 금리인하 압박이 가중될 수 있다"며 "한은은 향후 몇 개월간 경제지표를 지켜본 뒤 연말까지 추가 금리 인하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또 미 달러화 강세를 고려하더라도 일본 엔화의 약세가 원화를 크게 앞지르면서 교역환경까지 비우호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일 원ㆍ엔 환율은 장중 100엔당 950원대까지 떨어지며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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