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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영화 '괴물'이 말하는 꿈의 영화…'스탠리 큐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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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관련 인터뷰 기사 모음집...국내 첫 스탠리 큐브릭 책

스탠리 큐브릭

스탠리 큐브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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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추리소설의 거장 스티븐 킹이 최근 30여년 만에 '샤이닝'의 후속작 '닥터 슬립'을 내놓았다. '샤이닝'의 꼬마 주인공이었던 대니가 어른이 된 후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속편을 내놓으면서도 스티븐 킹은 여전히 영화 '샤이닝'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는 데 주저없다. "이 영화가 원작의 정수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게 공공연한 이유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동명의 영화에 대한 앙금을 드러내고 있지만, 정작 '샤이닝'은 현재까지도 호러 영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스탠리 큐브릭이 원작과는 또 다른 완벽한 공포의 세계를 영화에서 창조해냈다는 사실 자체에 스티븐 킹이 불편한 감정을 갖지 않았을까.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에는 대부분 원작이 따로 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리타(1962)'가 있고, SF문학의 거장 아서C. 클라크의 작품을 다룬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와 앤서니 버지스의 '시계태엽 오렌지(1971)' 등도 빠질 수 없다. '배리 린든'(1975)은 윌리엄 메이 크피스 새커리의 고전 소설을 바탕으로 하며, '아이즈 와이드 셧(1999)'은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소설 '꿈 이야기'가 원작이다. 지독한 독서광이었던 그는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나타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성에 차지 않는 책은 사무실 건너편 벽으로 내동댕이쳤다고 한다. 스티븐 킹의 '샤이닝'을 읽다가는 "바로 이거야"하고 탄성을 질렀다.
원작자들은 스탠리 큐브릭과의 작업에 대부분 만족해했다. (물론 스티븐 킹은 제외다.) 나보코프는 '로리타'를 보고 자신이 쓴 시나리오의 대부분이 날아갔는데도 작품에 대해 "훌륭한 연기자들이 출연하는 1급 영화"라고 추켜세웠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원작과 달리 설명과 대사의 많은 부분을 영상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클라크 역시 스탠리 큐브릭을 "놀라운 사람"이라고 평했다. 그가 보여준 남다른 통찰과 문제의식, 상상력 등은 깐깐하기로 소문난 원작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했다는 것이다.

신간 '스탠리 큐브릭(마음산책)'은 독서광, 완벽주의자, 영화 괴물로 불렸던 스탠리 큐브릭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국내 유일한 책이다. 활동 당시 여러 매체에 실린 인터뷰와 리뷰 등을 묶어내 각 작품에 대한 그의 솔직한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14명의 인터뷰어들이 그에 대해 묘사한 대목을 비교해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를 들어 한 작가는 스탠리 큐브릭을 보고 "외모는 선상 도박꾼이나 루마니아인 시인 같은 보헤미안 분위기를 풍겼으며, 난해한 문제를 고민하는 동시에 일상적인 대화를 하려고 애쓰는 사람다운 약간 산만한 모습을 보였다"고 묘사한다. 또 다른 이는 그가 "영국에서 15년쯤 전에 유행한 칙칙한 올리브색 싸구려 파카를 입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가 신경쓰는 것은 오로지 책, 영화, 체스뿐이라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무엇보다 그에 관한 오랜 선입관과 오해를 풀어줄 실마리를 제공해준다는 점이 이 책의 최대 장점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찍을 당시, 스탠리 큐브릭의 인터뷰를 보면 그가 얼마나 과학기술과 문명, 우주와 생명체에 관해 몰두해가며 연구했는지를 알 수 있다. "우주에 대한 가장 섬뜩한 사실은 우주가 우리에게 적대적인 게 아니라 우리에게 무관심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런 무관심을 받아들이려 애쓰면서 죽음의 경계선 내에서 삶의 난제들을 인정한다면 하나의 종(種)으로서 우리 존재는 진정한 의미와 성취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어둠이 아무리 널리 퍼졌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빛을 밝혀야 합니다."
(스탠리 큐브릭 / 진 D. 필립스 엮음 / 윤철희 옮김 / 마음산책 / 1만6000 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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