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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이순신의 작전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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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은 아무리 직급이 낮은 졸병이라 해도 군사(軍事)에 관한 내용이라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했다. 그러자 모든 병사가 군사에 정통하게 됐다.

유성룡은 '징비록'에서 "이순신은 한산도에 머무르고 있을 때 운주당을 짓고 그곳에서 장수들과 함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전투를 연구하며 지냈다"면서 위와 같이 병사들도 여기에 참여하도록 했다고 전했다.
이순신은 왜 말단 병사에까지 논의를 열어놓고 모든 병사가 전략을 숙지하도록 했을까. 이 의문을 푸는 실마리는 조선과 일본의 해전이 '거리 싸움'이었다는 사실에 있다. 조선 수군은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진 전투에서 절대 우위에 있었고 일본은 백병전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이는 양국 수군의 군비(軍備) 차이에서 비롯됐다.

조선 병선은 뱃전에 대포를 장착해 장거리 화력이 강했다. 현자포는 사거리가 900m에 달했다. 일본 전투선은 날렵한 대신 대포를 갖추지 못했다. 조총은 유효사거리가 50m에 불과했다. 일본 수군은 백병전에 능숙한 무사 출신이 많았다. 조선 수군의 60%는 노를 젓는 격군이었다.

조선 수군은 학익진 집중타격 전법으로 대포를 발사해 적선을 깨부순 뒤 다가서서 불화살과 편전 등을 쏟아부어 불태우면서 왜군을 살상했다. 일본 수군은 기습 작전으로 조선 판옥선에 배를 붙이고 넘어가서 전투를 벌일 경우 승산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왜군이 원균에게서 승리를 거둔 것이 바로 근접전에서였다.
조선 수군한테 전투보다 중요한 것이 정탐과 경계였다. 적의 이동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경우 조선 수군은 가까이 치고 들어온 왜군에 속절없이 무너질 위험이 높았다. 이 정탐과 경계를 병졸들이 맡았다. 왜군의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고 조기에 보고하는 일에 전투의 승패가 달려 있음을 병졸들이 알도록 해야 한다고 이순신은 판단했을 것이다. 병사들이 군사에 정통하도록 하기 위해 전투 논의에 참여하도록 했을 것이다.

이 측면에서 '난중일기'를 읽으면 이순신이 얼마나 적정(敵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는지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그는 척후병과 정탐선, 망보는 군졸에게서 수시로 보고를 받았다.

이순신이 23전 전승을 거둔 요인은 군비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병법을 구사했고, 여기서 병졸이 제 역할을 하게끔 한 것이다. 명량해전을 다룬 영화 '명량'을 이런 배경에 비춰 보면서 감상하면 어떨까 싶다.





백우진 국제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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