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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더미 속 '실마리' 잡는 여성 화재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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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첫 여성 화재조사관 진승희 소방장…경력 11년만에 불길의 현장 뛴다

서울 지역 여성 1호 화재조사관 진승희 소방장

서울 지역 여성 1호 화재조사관 진승희 소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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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불이 나면 현장으로 달려가 화재의 원인을 규명하고 발화 지점을 찾아내는 '화재조사관'. 현장에 없어선 안 될 '119의 꽃'으로 대접받지만 여성 소방관들이 가장 기피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화재로 발생한 유독가스와 무너진 구조물 등 위험 요소가 도사리고 있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서울 서대문소방서 진승희(37) 소방장이 화재조사관 자격시험에 도전해 당당히 합격했다. 그는 서울 지역 여성 1호 화재조사관이다.
"힘든 일이라고 피하려고만 한다면 절대 자기 자리를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쌓은 '내공'으로 제 몫을 제대로 해내고 싶습니다." 진 소방장은 소방관 경력 11년 만에 다시 현장요원으로 뛰어든 이유에 대해 21일 이렇게 밝혔다.

지난해 11월 실시된 화재조사관 자격시험에서 진 소방장을 포함해 서울에서는 여성 소방관 2명이 합격했다. 하지만 다른 합격자가 화재조사관 배치를 포기하면서 진 소방장이 서울 지역 최초의 화재조사관이 된 것이다.

그는 "소방서가 남성 위주의 조직이어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상대적으로 제한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접받기만을 기다리기보다는 나만의 전문 분야를 찾고 싶어서 화재조사관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화재조사관은 불길이 휩쓸고 간 잿더미 속에서 감식 및 조사 활동을 벌이는 소방관이다. 화재현장의 CSI(Crime Scene Investigationㆍ과학수사대)라고 불리며, 영문 이름도 CSI에서 앞글자만 F(Fire)로 바꾼 FSI다. 119 최초 신고자의 진술을 분석하고 화재 연기가 흘러간 흔적을 따라가면서 증거를 수집한다. 방 안에서 불이 났다고 가정할 때 방문에 연기로 그을린 흔적이 전혀 없다면 '화재 당시 문이 열려 있었다'고 추론하는 방식이다.

진 소방장은 "아직 조사관이 되고 나서 현장에 나간 지는 얼마 되지 않아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잿더미 속에서 작은 단서 하나를 찾아 화재 발생 순간을 거꾸로 추론하는 것이 주된 업무"라고 소개했다. 건축공학을 전공한 진 소방관은 화재 예방부서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였으며 화재조사관 업무에서도 그동안의 경험과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살릴 것으로 기대된다.

그에게 외근 부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수년 전 현장 출동 대원으로 근무하며 겪은 가슴 아픈 화재 현장은 아직도 생생하다. "새내기 소방관 시절 강동구의 한 물류창고에서 불이 나서 출동한 적이 있어요. 당시 불로 외국인 근로자와 그의 여자친구가 숨졌는데, 여자친구가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죠. 그때 유가족의 오열하던 장면을 떠올리면 아직도 울컥합니다."

화재조사관으로서의 포부를 묻자 그는 "전문적인 업무 역량을 활용해 화재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조사관이 되고 싶다"며 "시민들이 불안해하지 않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맡은 바 직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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