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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공황에 CEO 줄사퇴…무너진 금융 신뢰가 더 문제

최종수정 2014.01.21 11:39 기사입력 2014.01.2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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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정보유출,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파장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연미 기자] 사상 최대 개인정보 유출사건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고 당사자인 국민·롯데·농협카드 경영진이 일제히 사의를 밝혔다. 지난해 수천억원대의 불법대출과 횡령 사고에 이어 4000만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간 KB금융그룹에서는 국민카드 외에 국민은행과 지주의 상무급 이상 집행임원 전원이 사표를 냈다. 금융권 초유의 사태다.

◆CEO 줄사표 내게 만든 정보유출= 20일 오후 5시를 갓 넘긴 시각 손경익 농협카드 사장(농협은행 카드부문 분사장)이 카드 3사 경영진 가운데 가장 먼저 사의를 밝혔고 농협은행은 즉시 사표를 수리했다. 농협 측은 "사태의 조기 수습과 고객신뢰 회복을 위해 곧 카드분야 전문가를 후임 사장으로 선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협의 카드 부문 임원은 손 사장 한 명이다.
오후 6시를 앞두곤 KB금융그룹 임원들의 줄사표 소식이 전해졌다.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 등 카드사 임원 9명 외에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은행 임원 8명, 그리고 지주의 집행임원 10명까지 계열사 임원 27명이 동시에 사의를 밝혔다. 카드사의 상무급 이상 임원 모두와 은행의 부행장 이상 임원 전체, 지주의 상무급 이상 임원 전체가 동시에 사표를 냈다.

KB 측은 "지난 주말 임영록 회장이 주재한 대책회의에서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이 먼저 사의를 밝혔고, 이어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지난해 잇따랐던 사고에 이어 결제계좌 정보까지 빠져나가 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면서 사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 행장의 경우 이번 사건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취임 후 잇따랐던 사고의 책임을 지고 재신임을 묻는다는 의미로 사의를 밝혔다는 게 행내 관계자들의 말이다.

임원들의 줄사표에 임 회장은 "사표보다 사태 수습이 급선무"라면서 조직을 다잡았지만, 카드사 임원진을 포함 일부 임원에 대한 사표는 선별적으로 수리될 가능성이 높다.
타사의 동향을 살피던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도 이날 밤늦게 사의를 밝혔다. 마케팅본부장과 리스크관리본부장 등 상무급 임원 2명과 이사 6명도 일괄 사퇴 의사를 전했다. 감사와 이사 대우를 제외한 경영진 전원이다. 박 사장은 3개 카드사 대표 가운데 재임 기간이 가장 길었다. 이번 정보유출 사고 역시 재임 중 벌어진 일이다.

◆금융사 신뢰 무너뜨린 고객정보 유출= 카드사 대표들이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지고 잇달아 사퇴의사를 표시한 것은 이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나타내는 단면이다. 정보유출에 따른 금전적 피해도 걱정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금융회사 신뢰에 큰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이번 정보유출사태와 관련해 "신용과 신뢰를 생명으로 하는 금융회사들이 근본적으로 신뢰를 뒤흔들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회사들의 잇단 정보유출이 신뢰사회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고객은 믿음을 바탕으로 재산을 맡기고 금융회사는 이를 토대로 수익을 창출하는 금융의 기본 메커니즘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카드사 고객 가운데 일부는 "내 정보가 언제 어떻게 유출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을 감안하면 카드 대신 현금을 사용하는 게 오히려 현명한 선택"이라는 조롱 섞인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정보유출에 따른 정신적인 피해도 보상해달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유출된 정보가 2차 피해로 확대된다면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 상실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스팸문자가 늘어나면서 금융회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이스피싱·스미싱 같은 전자금융사기에 따른 피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이미 유출된 정보에 비밀번호 같은 몇 가지 정보를 더 알아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CVC값과 비밀번호가 유출되지 않았다고 금전적 피해가 하나도 없을 것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금융지주 등 금융회사들은 올 초 '신뢰회복'을 앞다퉈 화두로 제시했지만 현재로서는 신뢰회복은 요원해 보인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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