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하지 못한 2013 韓 경제
◆명실상부하지 못한 2013 韓 경제=현 부총리는 "지표(名)와 체감경기(實)가 호응하는 말 그대로 '명실상부(名實相符)'한 경제회복을 반드시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에서도 이는 증명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계소득 증가는 심각하게 정체됐다. 한국은행의 통계를 보면 지난 2006~2010년까지 가계소득 증가율은 5.0%였고 2011~2012년은 4.7%에 불과했다.
그런데 빌린 돈을 갚아야 하는 가계는 대폭 늘었다. 통계청이 내놓은 원리금상환 증가율을 보면 2003~2005년 5.9%에 불과했던 것이 ▲2006~2010년 11.9% ▲2011~2012년 13.6%까지 치솟았다. 가계소득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갚아야 할 빚은 증가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물가 오르고 금리 인상된다는데=내년에는 미국 양적완화 축소라는 복병이 우리 앞에 다가온다. 최근 미 정부는 100억 달러에 이르는 양적완화 축소를 단행했다. 미국 정부는 경기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고 보고 그동안 경기 활성화를 위해 풀었던 돈을 거둬들인다. 이는 전 세계 금융권에서 달러가 빠져 나가는 결과로 이어지고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1000조원에 이르렀다. 금리가 오른다면 이자 부담이 커진다. 소득이 늘어나더라도 빚 갚는데 또 다시 서민과 중산층들은 뛰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급기야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가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가계부채와 금리 인상이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는 내년 1월에 대출구조 개선 등을 담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소비자물가도 눈여겨봐야 한다. 올해 우리나라는 1.3%의 낮은 소비자물가를 보였는데 내년도는 2.3%에 이를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금리인상에 물가까지 오른다면 가계 소득이 증가하더라도 실제 피부로 느끼는 경제가 좋아질지 의문시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2014 경제정책방향 발표문을 통해 "우리경제의 허리인 중산층 기반을 강화하겠다" "경제는 숫자가 아니라 삶이다" "내년에는 국민들로부터 '어, 정말 나아졌네'라는 말을 꼭 듣고 싶다"는 등 '멋드러진(?) 카피'를 쏟아냈다.
현 부총리는 나아가 "시장 골목골목이 손님으로 붐비고, 젊은이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고,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의 마음이 가벼워질 때까지 정책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표문에는 현 부총리를 비롯해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문형표 보건복지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서명했다. 경제부처장관들이 서명한 '발표문 카피(名)'가 제대로 실행(實)되는지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다.
한편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중 5명 이상(54.1%)은 '서민생활 안정'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국민들은 ▲일자리 창출(40.6%) ▲경제 활성화(31.0%)를 꼽았다. 서민생활 안정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경제부처장관들은 마음속에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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