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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로 흥한 잉락 쌀로 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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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쌀수매제 비난에 농민들은 보조금 지급지연 불만 터뜨려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쌀로 흥한 자 쌀로 망할까?"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연일 일어나고 있는 태국에서 쌀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반정부 시위로 정부가 주는 쌀 보조금을 제때에 받지 못해서이다. 태국 농민들은 “쌀 보조금 때문에 지난 대선 때 잉락을 찍었는데 왜 돈을 안 주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형국이다. 반정부 시위가 계속될 경우 잉락은 시위를 주도하는 민주당과 동조세력은 물론, 몰표를 몰아준 농민 유권자들이 태국의 논에서 시위를 벌이는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잉락은 농가 소득보장과 쌀값 지지를 위해 쌀 보조금을 지급하고 비축하겠다고 공약해 2011년 7월 선거에서 1570만표를 얻어 430만표에 그친 야당권을 누르고 압승했다.



잉락 정부는 국제 쌀 시세가 1t에 450달러 아래까지 내려가거나 말거나 500달러의 정부 보증가격에 수매, 비축해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국제 기준인 5% 도정 백미 국제 시세는 지난 10월 1t에 432달러까지 급락했지만 태국 정부는 1만5000바트(474달러)에 사들였다.
농민들은 시세보다 40~50%보다 높다며 반겼다. 이에 따라 상반기에만 쌀 비축규모가 1700만~1800만t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가 재정이 직격탄을 맞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태국 상무부는 지난 7월 쌀비축에 재정을 투입한 탓에 2011~12년 9월 말까지인 수확연도에 1360억바트(미화 43억달러)의 재정손실을 입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프리디야톤 데바쿨라 태국 전 중앙은행 총재는 쌀 수매제도에 의한 손실에 4250억바트(1350억달러)에 이른다고 주장했다.FT 등 주요 외신들도 실제 재정손실 규모가 태국 정부 발표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태국 상무 장관은 지난달 6일 이런 추정을 부인하는 통계를 발표했다. 2011년10월부터 약 2900만t의 도정쌀을 수매하는 데 6780억바트를 지출했으며 수매후 비축미 매각에 따른 연간 손실액은 2000억바트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1월 ‘태국경제연례보고서’에서 잉락정부가 2011년 말부터 보조금에 6700억바트(212억달러) 이상을 투입했다면서 재정악화의 원인을 제공하는 쌀 보조금 제도 폐지를 권고했지만 잉락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잉락 정부는 최근 쌀보조금 지급을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 7500억바트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지만 실제 조달 규모는 그 절반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쌀을 수매해 비축함으로써 국제 쌀 시세를 높여 농가소득을 보장하겠다는 잉락 정부의 생각은 ‘순진’ 그 자체로 판명났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인도 등 쌀 생산국이 생산량을 늘려서 수출시장에 내놓으면서 태국 몫을 앗아갔다. 태국은 재정손실과 수출손실 등 두 가지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야당권은 재정손실을 내는 쌀보조금제 폐지를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민주당 소속 수뎁 타웅수반은 “잉락은 농촌 유권자 표를 위해 국가의 돈을 쌀보조금과 같은 포퓰리스트 정책에 쓰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반정부 시위로 쌀 보조금 지급이 늦어지고 있는데 불만의 화살은 정부로 향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아유타야 지역의 농민 대표의 말을 인용해 태국 정부가 신속하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태국 전역의 농민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시위를 벌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아유타야와 다른 지역 농민들은 가을 수확 쌀에 대한 보조금을 받지 못해 불만을 표시했다. 올해 59세인 한 농민은 “쌀을 민간 도정업자에 팔 때보다 최소 50%이상 비싼 값에 정부에 팔아 5000달러를 받았다”면서 “나는 쌀 공약 때문에 푸어타이당을 찍었다”며 보조금 지급을 촉구했다. 49세인 다른 농민은 9.6헥타르의 논에서 수확한 쌀에 대해 “18만바트(미화 5580달러)를 받아야 하는 데 정부는 더디다”면서 “수뎁의 시위대가 이 절차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잉락과 푸어타이당은 농민들이 충성도가 높을 것이라며 쉽게 이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만 이는 언감생심일지도 모른다. 지급지연과 지급조건 강화는 ‘농민의 지지’를 시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FT는 꼬집었다.

그러나 잉락이 빠져나갈 구멍은 있어 보인다. 우선, 농민들이 쌀보조금에 불만을 품었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민주당 지지자로 돌변할지는 미지수이다. 둘째는 야당권이 입후보자 등록을 방해하고 있지만 2월 선거가 치르지면 농민들의 불만이 더 쌓여 폭발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쌀로 유권자 민심을 유혹한 잉락은 재정파탄과 국론분열에 이어 농민 민심이반이라는 세 가지 새로운 걸림돌을 맞이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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