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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진정한 리더의 자격은 '남탓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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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때 반장 선거를 나간 적이 있다. 전학을 오면서 전 학교에서 올 '수'를 받아서 후보 자격이 됐다. 하지만 다수결 투표를 한 결과 그 학교 출신 보다 표가 부족해 반장이 될 수 없었다.

왠지 억울했다. 다른 학교에서 전학을 오면서 바로 선거에 나간 터라 친구들과 우정을 나눌 시간도 없었고 내가 반을 위해 할 수 있는 포부도 밝히지 못한 상태였다. 불공정한 선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결과에 승복했다. 그게 정당한 현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 건 결국 내 탓이다.
최근 신한금융그룹의 차기 회장을 뽑는 과정을 보면서 초등학교 때 기억이 떠올랐다. 모 후보가 후보자들의 최종 면접을 하루 앞두고 회장추천위원회에 면접 일정을 연기해 달라며 건의서를 보냈다. 회추위원들과 충분한 교감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연임 의사를 밝힌 현 회장 보다 불리하다는 이유였다.

이 후보는 현 회장의 정직성과 도덕적 해이를 거론하며 면접 연기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회추위는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일정대로 진행한다는 뜻을 밝혔다.

신한금융그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금융회사 중 한 곳이다. 그만큼 회장 자리는 많은 사람들이 선망한다. 때문에 이번 차기 회장 선출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한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외풍의 영향을 덜 받는 곳으로 평가 받고 있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영향력이 크고 정부가 관여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정부가 갖고 있는 주식이 단 한 주도 없다.

임직원들의 자부심도 남다르다. KB금융그룹이나 우리금융그룹이 정치권발 또는 권력발 외풍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모습과 다른 것이 그들에겐 자부심이다.

신한금융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말들이 많다. 회추위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불공정하다는 주장과 어느 때보다도 공정하게 치러지고 있다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각자가 처한 입장에 따라 이를 보는 시각은 달라질 것이다.

과거 '신한사태'의 그림자가 이번 회장 선출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신한사태의 당사자들인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법원의 항소심 공판에 출석해 진술을 했다.

라 전 회장은 "30년간 함께한 임직원들에 대한 신뢰가 지나쳐서 견제 기능을 못한 불찰이 크다"고 했고, 신 전 사장은 "저를 흠집 내고 죄를 뒤집어 씌우려고 주변 사람들의 계좌를 불법으로 조회하는 등 억울함을 헤아릴 수 없다"고 호소했다.

진정한 리더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신한금융의 현 회장이 사실상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회추위 면접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자신의 소신을 적극적으로 전하는 후보에게 높은 점수가 주어질 것이다. 회추위원들도 공정한 잣대로 평가를 할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신한금융의 미래가 회추위의 결정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오늘(11일) 오후 4시 회추위의 최종 면접이 진행된다. 이날 면접 결과에 따라 신한금융의 차기 회장이 결정될 것이다. 회장 후보 3명 중 한 명만 신한금융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서게 된다. 차기 회장이 결정되면 모두가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게 진정한 리더의 모습이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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