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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明暗]엇박자 정책·줄세우기, 기업들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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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지난달 말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관련 해명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국산콩 생산자연합회 소속 농협 조합장과 생산농가 등 농민들뿐만 아니라 농촌진흥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공기업 관계자 20여명이 동반성장위원회를 항의 방문한 것에 대한 해명이었다.
이날 농민과 공기업 관계자들이 동반위를 찾은 것 자체가 특이했다. 더구나 이들의 방문 목적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이들은 동반위에 "대기업이 자유롭게 두부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국산콩 수요가 줄고 있는 만큼 오히려 대기업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 같은 항의 방문에 동반위는 이례적으로 해명자료까지 냈다. 동반위는 "국산콩 제조업체들은 적합업종 지정으로 인해 국산콩 수요가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높은 가격으로 인한 소비 감소와 정부 수매 부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국민들의 탓으로 돌린 셈이다.

동반위의 엇박자 정책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중소ㆍ중견 기업 육성을 위해 만든 중기적합업종 지정 정책의 열매를 외국계 기업들이 관련 규정을 교묘하게 악용, 따먹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김해공항면세점 사업권은 세계 2위 면세점 업체 듀프리에 넘어갔다. 정부가 중소ㆍ중견기업에 혜택을 준다며 국내 대기업을 배제하면서 어부지리로 외국계 기업이 차지한 것이다.

세계 3위의 급식업체인 미국계 아라마크의 자회사 아라코는 정부 세종청사 구내식당을 비롯한 국립환경과학원ㆍ다산콜센터ㆍ신용보증기금 등 국내 5곳의 구내 식당 위탁운영권을 따냈다. 급식사업에서 국내 대기업들을 배제한 후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동반위가 동반성장 지수 평가를 통해 대기업들의 서열화, 획일화를 조장하고 있다는 데 있다. 동반위는 국내 대기업 56곳을 대상으로 동반성장지수를 발표하는데 하위 등급을 받은 기업들은 동반성장을 외면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동반성장 못하는 기업'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지면서 기업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동반위가 50개 넘는 기업들을 평가하다 보니 업종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수는 공정위가 작성하는 협약 실적 평가와 동반성장위가 자체 조사한 체감도 평가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협약 평가와 체감도 간 괴리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개선등급을 받은 기업이 납득할 만한 설명자료도 받지 못하는 데다, 이의신청이나 재조정 요구조차 할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재계 관계자는 "등급순으로 나눠서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건지, 업종이 다 다른데 이 같은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체감도 지수 등으로 점수화하는 것도 문제다"며 "그렇다고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기업 줄 세우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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