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수의 탄생'(비룡소 출간)은 12년간 품었던 얘기다. 있는 듯 없는 듯 보통인 아이가 겪는 슬픔, 즐거운, 생물학적으로 태어난 순간부터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한국어린이도서상, IBBY 어너리스트 수상작가인 동화작가 유은실의 신작 장편동화'일수의 탄생'이 나왔다. 이번 작품은 장편으로는 3년 만에 내놓는 작품으로 행운의 7이 두 개나 겹치는 7월 7일생 일수의 독특하고도 웃음꽃 터지는 성장기다.
유은실 동화의 가장 큰 매력은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구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넓은 스펙트럼으로 다가온다. 이번 '일수의 탄생'도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소통할만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런 질문은 아이들에게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늘상 존재한다. '내가 누구지?', '나의 쓸모는 누가 정하지 ?', '내 좌우명은 무엇이지 ?' 등 우리 모두가 살면서 겪는 질문들을 통해 삶의 과정을 따스한 눈길로 다시금 바라보게 한다.
이야기 전체가 마치 옛 이야기를 읽듯 구어체로 이루어진 문장 속엔 해학과 풍자가 깃든다. 그리고 그 웃음 뒤에는 끊임없이 자기가 누구인지를 고민하고 알아가는 일수의 우스꽝스럽지만, 어쩐지 어린이도, 어른도, 꼭 나의 이야기인 것만 같은 짠한 감동을 내비친다.
유은실은 등단 이래 9여 년 동안 작품을 부지런히 출간, 문단의 조명과 독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한국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장편동화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마지막 이벤트','우리 집에 온 마고 할미'등을 통해 때론 따듯한 유년동화의 진수를, 때론 아이의 눈으로 보는 어른 세상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보여줬다.
연작 동화집 '우리 동네 미자씨'에선 어른을 주인공으로 외로움을 이야기한다. 반면 저학년 동화 '나도 편식할 거야','나도 예민할 거야'에선 너무 많이 먹거나 예민하지 못해 고민인 주인공 여자아이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냈다. 카멜레온처럼 작품마다 보여 주는 다양한 색깔의 변신은 특히 단편동화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동화작가가 하지 말아야할 것이 인생에 대한 냉소다. 엉망진창인 상태에서도 빛나는 유머가 있고 자기만의 중심이 있다. 나는 실패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쓴 편이다. 꼭 성공하는 것만 가르치는 것이 동화일 수는 없다. 그걸 딛고 일어나는 과정을 냉소적으로 보지 않을 때 정작 실패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은실이 자신의 동화를 바라보는 소견이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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