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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경제는 예측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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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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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는 어제 예측하지 못한 일이 왜 오늘 일어났는지를 내일 알게 되는 전문가다."

경제학자의 전망이 어긋나기 일쑤라는 점을 비꼰 말이다.
하지만 결론을 앞세우면, 경제학자는 경제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경제전망이라는 게, 아무리 계량경제 모델을 정교하게 다듬고 최신 수치를 넣는다고 해도, 결국 본질적으로 전망에 전망을 쌓아올리는 무망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예상하려는 연구기관은 이 수치에 영향을 주는 외생변수로 세계경제 성장률과 국제유가 등의 전망치를 입력한다. 이들 전망치를 어떤 수준으로 잡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성장률이 달라진다. 세계적인 연구기관들에서 내놓는 세계경제 성장률과 국제유가 중 어느 것을 고르거나 여러 예상치를 어떻게 평균을 내서 활용하거나, 결국 일정한 전망을 택하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경제는 정부와 중앙은행, 기업, 소비자 등 경제주체가 하기 나름이고, 소비심리와 투자심리에 따라 움직인다. 소비심리와 투자심리는 종종 뚜렷한 이유 없이 한 방향으로 자리잡은 뒤 확대재생산되면서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계량경제 모델이 활용되기 시작한 이래 경제학자들은 경제를 예측할 수 있다는 환상을 만들어 퍼뜨렸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힌 경제학원론을 쓴 폴 새뮤얼슨은 "길게 보면 비경제학자의 예측은 경제학자의 예측보다 정확도가 훨씬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새뮤얼슨의 주장은 경제학계의 다수설이 됐고 경제학자는 '벌거벗은 임금' 역할을 자처했다.

경제학의 예측력에 대해 정확하고 솔직하게 서술한 학자가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학 교수다. 맨큐는 '경제학원리'에서 "경기변동은 불규칙하고 예측 불가능하다"고 인정했다.

그런데도 경제전망에 대한 오래된 오해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월22일자 내부 필자 칼럼에서 '경제예측은 성공할 것(Economic Forecasting Positioned for Success)'이라며 세 가지 근거를 들었다. 경기변동을 연구하는 거시경제학이 이전보다 더 관심 대상이 됐고 과거 틈새 분야였던 금융이 거시경제학의 핵심으로 다뤄지고 있으며 컴퓨터와 데이터가 전보다 강력하고 방대해졌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WSJ가 제기한 오해를 더 진지하게 검토했다. FT는 11월12일자 '새로운 경제학(A New Economics)' 사설에서 거시경제학 모델이 수리적인 부분에 치우쳤다고 비판하고, 경제사와 심리학, 금융을 앞으로는 더 비중있게 가르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WSJ와 FT는 경제학이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고 언젠가는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오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제학은 수치로 미래를 예측하는 학문이 아니라 현재를 바꾸는 데 써야 할 도구다.

이를 WSJ가 뛰어난 경제학자를 선정하는 연례행사를 통해 살펴보자. WSJ는 연초에 경제학자들에게서 그 해 4분기의 성장률과 실업률, 물가상승률 등에 대한 전망치를 받아둔 뒤 이듬해에 실제 수치가 나오면 '누가 실제 수치에 가장 근접했는지'를 기준으로 톱5를 선발한다.

두 경제학자가 있어, A는 실업률을 7.0%로 정확하게 예측했고, B는 실업률을 6.8%로 내다봤다고 하자. WSJ는 A를 뛰어난 경제학자로 치켜세울 것이다. 하지만 B가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정책을 제안했고 그 정책이 실행에 들어가 효과를 내기 시작했으며 4분기 실업률은 7.0%였지만 다음 분기 실업률이 6.8%로 떨어졌다면 평가는 달라져야 한다.

경제학을 둘러싼 무지를 걷어낸다고 해서 경제가 안정적으로 굴러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경제예측에 대한 허망한 신뢰로 인해 경제가 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전보다 줄어들 것이다.






백우진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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